한국일보

눈 속에 진실이

2009-06-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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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그 사람의 눈을 보십시오. 나는 처음부터 그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한 사람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한 후배와 술자리에서 최근 비난을 받고 있는 한 사건의 장본인을 두고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눈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다. 그래서 눈을 통해서 사람의 됨됨이를 거의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가끔 자라나는 어린 소녀들의 티 없이 맑은 눈을 보고 전율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지고의 선(善)을 말하는 것이리라. 눈에서 느끼는 사람의 인상으로 말하자면 호랑이 같이 무시무시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자하거나 사랑스러운 눈을 가진 사람도 있다. 눈을 통해 악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한없이 착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 눈에서 오는 느낌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렇다면 본래 그대로의 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화장을 하는 여성들로부터는 인상을 잘못 짚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속눈썹은 특히 많은 것을 말해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짙은 속눈썹은 섹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짙으면 오히려 천해 보이고 어떤 때는 범죄형의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래서 여성들은 눈의 화장에 많은 신경을 쓰게 마련이고 눈의 일부인 쌍꺼풀도 마찬가지여서 많은 사람들이 쌍꺼풀 수술을 한다. 그런데 쌍꺼풀을 잘못해서 오히려 망친 사람들도 있다. 내가 아는 한 여성 중에 쌍꺼풀 수술을 받으면서 눈이 작다고 눈을 크게 하는 수술을 한 사람이 있다. 원하는 대로 눈은 커졌지만 눈만 커졌지 눈동자는 오히려 더 작게 보여서 마치 죽은 생선 눈알이 되어 실패작이 되어 버린 경우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나 그 수술 후에 그 사람의 생활이 아주 어렵게 되었다고 들었다. 어쩌면 눈에서 보이는 인상대로 그 사람의 팔자나 운명이 결정지어 지는 지도 모르겠다. 이 여성이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행여 다른 인생을 갖게 되었을까 호기심이 당긴다.

눈이 얼마나 깨끗한가는 그 사람의 살아온 전력을 말해주는 창문이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을 보면 저절로 그 선한 생활이 보이는 것 같고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나 양심에 어긋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을 말해주는 그림자가 보이게 마련이다. 인간이 도덕적으로 죄를 짓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사람이 오랜 세월을 살다보면 그 만큼 연륜에 따른 죄를 저지른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죄짓지 않은 사람이 없다면 눈에 죄의 그림자가 없는 깨끗한 눈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이런 깨끗한 눈을 가진 사람은 나이 어린 사람들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린이들의 눈은 맑다 못해 어른들을 반하게 만든다. 그들은 죄 지을 시간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 중에는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눈의 청결함이 다르다. 양심에 따른 생활을 하는 사람일수록 그 눈은 깨끗하고 잡티가 적다. 고귀한 성직자들 중에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진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은 속세에 살고 있는 일반 사람들과는 당연히 다른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눈의 초점이 흐려진 어른들의 눈을 생각해 보자. 술이나 마약의 중독에 있는 사람들의 눈은 그 초점이 흐리고 많은 난잡한 때로 가득하다. 상습적으로 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그 됨됨이가 눈에 보인다. 생각이 맑지 못하면 눈이 흐리게 마련이다.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 취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이런 사람의 진실을 믿어주겠는가. 초점 없이 흐린 눈은 진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에 비친 내 눈부터 살펴보자. 눈의 맑음이 내가 얼마나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말해 준다. 눈을 통해 보여주는 나의 실체는 속일 수 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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