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상공의 전쟁 먹구름

2009-06-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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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북한의 2차 핵실험이후 UN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에 맞선 북의 강경대응, 한국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선언 등 지금 한반도 정세는 마주보고 전속 질주하는 기관차의 형국이다. 남과 북 해외동포들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에 촉각을 세우며 두고 온 혈육들의 안위
를 걱정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해외대표 문동환 목사는 지난 14일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내 “북의 강경대응이 생존을 위한 약자의 몸부림이며 강자인 미국은 자제와 관용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대화노력을 계속하여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많은 교포들이 여기에 공감, 연기명 서명하였다. 대통령, 국무장관, 의회 등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희구하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편지 보내기. 전화 걸기 등 애국적 캠페인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전쟁은 동포. 혈육들의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피땀 흘려 이룩해놓은 ‘한강의 기적’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며 이라크. 아프간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군산복합체 말고는 국가이익에도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그들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
다. 한반도 긴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일제 식민지 지배, 분단, 전쟁으로 점철된 이 땅의 한민족은 전쟁이 끝나고도 56년이란 세계 역사상 가장 긴 정전상태, 가장 밀집된 남북 무력대치 상태에서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살아왔다.


클린턴 정부시절 불거진 북한 핵 위기는 1994년 제네바합의로 해결될 듯 하다가 부시정권 들어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그 후 8년, 부침과 곡절을 거듭한 지루한 외교전 끝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마지막 단계에서 교착되어 부시 퇴장, 오바마 등장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주시해온 북한은 핵추진 항모까지 동원, 그들을 겨눈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 그리고 그들이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던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미
국과 UN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오바마도 부시와 다를 바 없이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정상회담을 위해 15일 방미한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방지를 위한 중재노력 대신 대북강경으로 한술 더 뜨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 후 발표된 회견문에서는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내용도 있어 북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 확보로 강성대국이 되겠다는 야망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들이 결코 허용치 않으리라는 입장을 감안할 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체제유지라는 북한의 국가목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금상황에서 북한을 다시 협상마당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핵을 포기할 때 체제보장의 유인책을 확실히 보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평화를 지키는 국제기구로서의 UN은 제재와 함께 국제평화 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막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이나 이대통령은 자손만대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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