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통 VS 살인검찰

2009-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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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 (의사)

고삐 풀린 한국의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무자비하게 매달렸다. 이런 검찰에 의해서 정몽헌도 노무현도 밤새도록 비인간적인 문초를 받은 후 부엉이처럼 훨훨 날아버렸다. 인간의 두뇌는 갑작스런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신경전달계통에 혼선이 일어나게 되고 갑자기 지리멸렬, 혼미상태로 접어든다. 극심한 Depression, 깊은 수렁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밥맛도 없다. 따라서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수도 뛰어내리라는 마귀의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사탄아 물러가라” 저승사자를 물리치고 사망권세에서 벗어난다.

뉴욕 타임즈는 한국검찰은 경찰의 수사권까지 거머쥔 채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장악한 양수겹장,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에는 검사장과 검사들을 주민들이 투표로 뽑고 배심원제도에 의해 재판을 받기 때문에 인권을 마구 유린당하는 일은 거의 드물다. 의사들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법정에 불려 다닌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까운 변호사 사무소에서 법원 측과 의사 측 변호사들끼리 원만한 타결을 본다. 기본적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서로 삼가한다. 밤새도록 잠 안 재우고 끝장을 보고야 마는 피 말리는 야만적인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노통도 첫째, 쌍방 변호사들끼리 서로 해결하든가 둘째, 정부검사들을 봉하마을로 파송했거나 셋째, 꼭 법원에 출두할 것이면 가까운 김해의 지방법원에서 취조를 받던가 넷째, TV 화상으로 서로 대질시키던가 하는 방법들을 제치고 큰 살인사건이나 반국가적인 음모를 꾸민 사람도 아닌데 왜 하필이면 봉하에서 서울까지 5~6시간 버스 경찰호위아래 전 국민의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정치적인 쇼를 벌려야만 했을까. 오가는데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왜 10시간이상 취조를 해야 하나. 인간의 집중력은 10분 이상 가면 흐려지기 시작한다. 고양이와 쥐의 만남도 10분 내로 끝장을 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커녕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마구 짓밟아 버렸다.

입을 굳게 다물었던 자물통 박연차도 자기 부인과 자식들까지 족치는 바람에 다 솔솔 불어댔다. 3족까지 멸하는 부관참시. 인간의 존엄성은 다 어디로 가고 말았는가. 검찰은 기득권자들이 판치는 대도시를 등지고 조용히 농사나 짓겠다는 노통의 소박한 꿈마저 앗아가 버렸다. 마치 머나먼 영월까지 귀양 온 것도 서러운데 사약까지 받아야했던 단종처럼, 그리고 그 지독했던 수양대군의 무리들처럼 봉하 시골까지 내려온 봉하대군을 끝장까지 내몰아 괴롭혔다. 그것도 하찮은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수천억을 횡령해서 스위스은행의 비밀구좌를 가지고 있는 진짜 왕 도둑 전직대통령들은 입을 꼭 다문 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약점 때문인지 더 악을 쓰고 헛소리를 떠들어대고 있다. 차라리 소리 없이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더 낫겠다.

교장에게는 판공비가 있고 장군이나 대통령들에게는 기밀비가 월급 외로 따로 책정되어 있다. 세상만사가 formal한 것 보다는 informal하게 더 많이 좌우된다. 명품시계 안찬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시계를 벽장 속에 넣던 논두렁에 버렸건, 남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왜 남의 안방까지 간섭하느냐. “죄 없는 자는 먼저 돌로 쳐라”고 예수는 간음 현장에 붙들려 벌벌 떨고 있는 여
인 앞에서 말한다. 선진국 대통령은 공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형 집행을 정지당하거나 사면을 받는다. 교통위반으로 법정에 가면 한구석에 앉아서 착한 아저씨처럼 판사 앞에 설 필요없이 네고하자는 순한 미국검찰들도 많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해서 숨이 멈추지 않았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불쌍하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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