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마 우리 아이가

2009-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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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희 (수필가, 세종한국학교 교감)

“늑대가 나왔어요” 거짓말 세 번 만에 늑대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 불운의 소년 이야기다. 사실 거짓말 몇 번이 뭐 그리 죽을 죄냐 마는 그로 인한 결과는 예상외로 심각하다. 그 동화 속에서는 소년을 변론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다만 용서받지 못할 거짓말 세 번이 클로즈업 될 뿐이다. 우리도 살면서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한 번도 거짓말을 안 해 보았다고 한다면 그 말 자체가
거짓말이다. 아이들의 속이 들여다보이는 귀여운 거짓말, 입장 곤란해서 얼버무리는 말, 타인을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 등, 남을 속이려고 일부러 지어내는 말이 아니라도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거짓말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관성이 생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거짓말도 굴릴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한다지만, 유치원 연령의 아이들도 나름대로 상상한 것을 그대로 현실화 시켜서 실제 상황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그 아이들에게 죄의식이 있을 수 없다. 자기들도 말하는 순간에는 그대로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나친 경우도 있다.


한번은 어떤 아이가 “선생님! 얘네 엄마랑 아빠랑 싸웠는데 엄마가 아빠를 번쩍 들어서 창문 밖으로 던졌대요.” 하고 말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엄마가 레슬링 선수가 아닌 이상, 아무리 아빠 체구가 작다 한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조용히 옆에 다가가 물었다.“아빠랑 엄마랑 어제 싸우셨니?” “네” “정말 엄마가 아빠를 번쩍 들어서 던졌어?” 어깨를 으쓱 하더니 “그건 아니구, 그냥 밀쳤어요.”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물어 보니 긴장을 풀고 안심한 듯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그냥 싸운 이야기만 하다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점점 부풀려 졌고, 여자 아이들은 엄마 편을 들어서 박수까지 쳤다고 한다.

물론 순진한 아이의 동심에서 나온 과장된 표현이고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귀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냥 웃고 넘길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경우에건 정직이란 것을 가르쳐야 아이들이 자라면서 올바른 윤리관이 생기게 되고, 사회에서의 기본 법규도 제대로 지키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요. 킨더가든에서는 너무 잘 적응하고 선생님께도 칭찬을 받는데…

만약에 정말 그랬다면 한국학교 선생님이 너무 착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유치반에서 옆에 앉은 친구의 물건을 빼앗고 때리다가 선생님께 혼이 난 준이의 엄마는 아들을 믿는 나머지 교사를 불신한다. 자식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점은 빨리 고칠 수 있도록 교사와 부모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어른들 중에도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오죽하면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할까? 처음 몇 번은 이해하겠지만 계속 하다보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심지어는 웃음마저도 가식으로 보인다. 사람 간에 불신으로 인한 오해로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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