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참여의식의 중요성

2009-06-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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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취재1부 기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이거 집회하기 힘들겠는데 조금만 있다가 갑시다.”
햇살이 눈부시던 15일 오후, 한 한인단체 임원진들이 맨하탄 유엔본부 앞에 평화집회를 하기위해 모였다. 현수막도 설치하고 피켓사인도 20여장 가까이 준비해 갔지만 20분도 채 안되어 철수하고 말았다. 임원진 6명 외에는 아무도 나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회 전 기자회견까지 열며 한인사회의 관심을 부탁했던 이 단체의 관계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이거 제대로 된 집회를 열수 없을 거 같다”며 허탈해 했다. 이번 평화집회와 같이 취재를 하러 다니다 보면 종종 한인사회의 참여의식에 대한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커뮤니티 행사에서 직접적인 혜택이 제공되는지 여부 따라 한인들의 참여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담당하고 있는 한 비영리 복지 단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의료세미나를 연적이 있다.


한번은 전문의만 나와서 세미나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번은 세미나와 함께 니코틴 패치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식으로 열렸었다. 두 번 다 똑같이 소개했지만 무료 의약품을 제공하는 행사에만 참여자가 몰렸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으면 참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한인들의 참여도가 낮아서 한인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줄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지단체들의 경우 아시안들을 위해 제공되는 예산이 있는데 한인들이 이런 세미나에 참여도가 낮다보니 상당부분이 타민족 커뮤니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참여해 주면 그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에 더 큰 지원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조금씩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참여도가 낮으면 오히려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 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평화집회나 복지단체의 소규모 세미나와 같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없더라도 더 큰 이익을 위해 한인사회가 참여해야 하는 행사들이 많다. 물론 매번 행사 때마다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나고 평소 관심 있게 지켜봤던 분야라면 한번쯤 집회나 세미나에 나가는 것도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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