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온라인 세상과 자녀에 더 많은 관심을”

2009-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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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 1부 기자)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 소년이 있었다.

귀여운 외모와 섬세한 성격의 라이언 홀리건은 급우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고 급우들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라이언은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태보 킥 복싱을 연습했다. 이후 급우들과 충돌이 있었고 괴롭힘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따돌리던 급우와는 친구가 됐고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믿게 됐다.

친구인 척 다가갔던 그들은 라이언이 채팅을 하며 털어놓은 개인적인 내용들을 복사(Copy and paste)해 온라인을 통해 다른 급우들에게 퍼뜨렸다. 여자친구인 척 했던 급우는 라이언을 루저라고 부르며 놀렸고 라이언이 동성애자라는 루머가 다시 퍼졌다. 어느날 밤 라이언은 채팅을 하던 중 상대에게 죽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의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2003년 버몬트에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 10일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고교에서 팰팍, 릿지필드, 레오니아 교육국 주최로 열린 사이버 범죄예방 세미나에서 존 드보 버겐 카운티 검찰청 소속 형사는 사이버범죄로 인한 최초의 청소년 자살 사건이 돼버린 라이언의 이야기를 전하며 청소년들이 범죄 노출에 대해 우려했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누구든 자신을 광고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 것이다. 싸이월드, 페이스 북, 마이 스페이스 등 블로그를 통해 사진을 올리고 고민을 털어놓는 등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알리며 자신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즐기는 블로거들도 블로그와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역으로 내가 공개한 정보가 낯선 사람들을 통해 이용당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몇 개의 정보만 있으면 사생활까지 모두 까발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해커가 아닌 일반인들도 이메일주소 만으로도 채팅하고 있는 상대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사이버 범죄 학부모 세미나에 참여하지 않은 한인학부모들 역시 사이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 사이버 범죄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노출이 범죄이용뿐 아니라 악의를 가진 지인들에 의해 개인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왕따문제도 채팅과 블로그를 등에 업게 되면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된다. 부모들이 온라인 세상과 자녀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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