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 정복하러 산으로

2009-06-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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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장애선교센터 자폐장애인 3명
1만8천피트 이신카 마운틴에 도전
22일 페루 안데스산맥으로 대장정


‘우리가 못 오를 봉우리는 없다!’

조이장애선교센터(대표 김홍덕 목사) 소속 자폐장애인 3명이 오는 22일~7월2일 심신의 불편함과 싸우며 이미 겨울을 맞은 페루 안데스산맥의 ‘이신카 마운틴’(Mt. Ishinca) 정복에 도전, 미주 한인 장애인 역사를 새로 쓴다.


이신카산은 높이 1만8,143피트(5,530미터)에 달하는 고봉으로 미국 본토 최고봉인 마운트 위트니보다도 3,638피트가 높고 만년설이 쌓여 있다.

‘조이등반팀’으로 명명된 등정대는 강준구(32), 대니얼 이(31), 벤자민 정(26)씨 등 3명의 자폐장애인을 비롯, 히말라야를 등정한 경험이 있는 전문산악인 유한종 등반대장과 등반단장 김진희 전도사, 지도교사 유경숙, 엘렌 최, 케빈 최씨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현지에서는 가이드 4명과 포터 4명 등 9명이 합류하게 된다.

이들 3명의 장애인은 처음에는 산을 향해 한 발자국도 떼기 싫어했으나 조이장애선교회가 운영하는 조이토요학교에서 등산반을 지도해 온 유 대장의 지도로 지난 5년간 매주말 마운틴 볼디를 비롯, 남가주 18곳의 산을 타며 꾸준히 경험을 쌓아 왔다. 자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 3명은 오랜 훈련을 거쳐야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은 1만4,763피트(4,500미터) 지점에 베이스 캠프를 치게 되며, 정상 정복조는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서 결정될 예정이다. 기후 등 현지 사정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이들은 오는 27일(토)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사고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등반팀은 장애인 1명당 현지인 2명이 한 조가 되어 몸을 밧줄로 묶은 상태로 산에 오르게 된다.

김홍덕 대표는 “조이등반팀은 작년에 안데스 등반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준비에 차질이 생겨 올해로 연기됐다. 당초 예정지는 볼리비아였으나 정치적 불안정 때문에 페루로 변경했다. 이들의 출발을 앞두고 가슴이 떨려 안전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이번 시도를 총지휘하게 될 유 대장은 “개인적으로 이번 안데스 등정이 해외 고별등반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마지막 해외 산행을 장애인 친구들과 하게 돼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념이 될 것 같다”면서 기뻐했다.


김진희 단장은 “너무나 흥분된다. 이들이 안데스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꾸준히 연습하더니 이런 날을 맞게 됐다. 모든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는 복된 시도가 아닐 수 없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1인당 3,000달러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번 등반은 조이장애선교센타를 돕고 있는 몇몇 개인의 전적인 재정 후원으로 성사됐다.

등반대는 22일 오전 1시30분 LA공항에서 대장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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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장애인 3명 등 8명으로 구성된 ‘조이등반팀’이 오는 22일~7월2일 페루 안데스산맥의 ‘이신카 마운틴’(Mt. Ishinca) 정상 정복에 나선다. 왼쪽부터 벤자민 정, 유경숙씨, 유한종 대장, 케빈 최, 강준구, 대니얼 이, 엘렌 최씨, 김진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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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쌓여 있는 안데스산맥의 ‘이신카 마운틴’.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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