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테러와 대통령의 죽음

2009-06-09 (화)
크게 작게
방준재(내과전문의)

내 60평생에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어떤 것이었나 되돌아보고 있다. 되돌아보니 모두가 사람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들이다. 6.25사변이 떠오르기는 하나 너무 어려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혹상을 잘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듯 한다. 할아버지의 타계도 마찬가지다. 문상객 틈에 끼어 멋도 모르고 장독에 있는 막걸리를 바가지로 마시다가 대문간에 취해 쓰러진 기억은 있어도 인간의 죽음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기엔 너무 어렸다.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후 인간의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의 케네디의 암살이 최초인 듯 하고, 이곳 생활후 1979년 10월 26일에 일어났던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사건이다.

세월이 꽤나 흐른 인간의 죽음 얘기이면서도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기억할 정도로 내게는 생생한 충격적인 사건들이다. 뭐니뭐니해도 충격적으로 예상치도 못했던 사건이면서도 당시의 장면을 화면으로 봐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사건은 2001년 9월11일 화요일에 일어났던 9.11테러 사건이다. 누가 그리도 화창했던 뉴욕의 초가을날 아침에 그런 참사가 일어나리라 예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그러나 그것은 일어났다. 2974명의 목숨을 일시에 앗아갔다. 그 뒤에 따른 여파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65억의 가슴에 슬픔과 공포를 싣고 사회적 혼란이나 경제적 손실은 따져 무엇하겠는가? 8년째로 접어드는 오늘에도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이 되었으니까. 당시 부시 대통령이나 줄리아
니 시장은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9.11테러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미국에서 일어나 그 속에 8년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 5월 23일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은 멀러 떨어져 있는 고국의 소식이면서도 우리들의 가슴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이다. (사건의 시말은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다. 지난 2주여를 언론 방송들이 세세히 보도해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5월 29일자 뉴욕한국일보의 ‘기자의 눈’난에 실린 신용일 기자의 ‘한국의 이중 장’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인터넷으로 사건의 최초 보도를 보았을 때부터 오늘까지 컴퓨터에서 떠나질 못하고 사건을 따라가고 있다. 어쩌다가 이런 희귀한 정말 세계사에도 드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의문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을 생각하고 싶었다. 사무실 가까이 있는 공동묘지에 앉아 수많은 사자들과의 대화도 모색해봤다. 절을 찾아 스님에게 질문도 해봤다 “자살도 살생이다. 불가에서는 모든 살생을 금하듯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