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민 크리스찬, 천박한 기독교

2009-06-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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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목사)

내가 신학대학에 들어가려고 할 당시 모 교회의 신학교는 국졸 내지는 중졸 학력만 있어도 입학이 가능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교회의 수준을 한 수 아래로 보았다. 목회자들의 수준이 대개 그 정도이니 그들을 따르는 교인들의 수준도 천박(淺薄)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숫자는 많이 모일 런지는 모르나 그들은 다 오합지졸들이요, 이 땅위에 주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는 별 쓸 데 없는 기복주의자(忌服主義者)들이라고 속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서 나는 제법 수준이 있다고 믿었던 장로교회도, 감리교회도, 성결교회도
똑같은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천박한 자들은 단순무식하게 용감했지만 머리에 먹물이 좀 들어간 세련된 교인들은 세련으로 위장한 천박함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 왜 그리 성급하게 돌을 던지는가? 천박한 크리스찬들이여! 그대는 과연 천민(天民, 하늘이 낸 백성)인가? 아니면 천민(賤民, 지체가 낮고 천한 백성)인가? 우선 당장 급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서 슬퍼하는 유족들을 위로하기는 커녕,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는 주님의 말씀은 고사하고라도 그렇게 자살했으니 지옥에 갔다고 마치 염라대왕이나 되는 것처럼 단정을 해버리고 그런 죽음은 위로할 가치조차 없다고 시신 앞에 돌을 던져대는 당신들이 과연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마음을 가진 자들인가??개탄스럽다. 그렇게 천박(淺薄-지식이나 생각 따위가 낮다)하고 또 천박(舛駁-어수선하여 바르지 못하다)하게 나오는 교인들을 보고 그 유족이 교회에 나갈 마음이 생길 것 같은가? 초상집에 위로는 못할망정 악담을 퍼부어대는 당신들을 보는 국민들이 기독교를 어떤 눈으로 볼지는 왜 생각을 못하는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이지만(잠언 25:11) 이건 아니다. 이것은 사자(死者)와 그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렇게 예의를 모르는 몰상식한 교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아졌는가? 상가 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는 그야말로 천박한 천민 기독교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임을 왜 모르는가? 스스로 전도의 문을 닫아 버리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어찌하여 모르는가 말이다. 때로는 하얀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진실도 숨겨 주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국민 열 명중 한 명이 조문에 나서는 이 상황은 노무현의 가치와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신교의 거의 모든 교회와 목사들이 합력하여 만든 장로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의 표출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위로할 때이다. 교회가 나서서 유족을 위로하고 국민들을 위로할 때다. 그리고 동시에 국민적 화합을 이루는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단 그것은 정의와 공평과 공정한 법 집행이 수반되는 민주주의에 토대한 화합을 말하는 것이다. 돌은 나중에 던져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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