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Defiance(항거)

2009-06-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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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작게는 개인이나 가정은 물론, 크게는 사회나 국가에게도 해당되는 옳은 말이다. 2차대전 당시인1941년, 독일의 나치 친위대는 유럽의 벨로시아라는 유태인 거주지역을 급습하여 불과 열흘 남짓한 사이에, 그 지역의 경찰관들과 합세하여 약 5만명의 유태인들을 학살하고, 백만명에 가까운 유태인들을 포로로 감금한 후, 머지않아 처형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학살된 유태인들 가운데 비엘스키라는 가문의 삼형제인 맏형 투비아와 둘째인 주-스, 그리고 막내동생인 아사엘은 운좋게도 살아남아 산속으로 피신한 후, 독일군과 지역 경찰에 대항하여 전쟁이 끝나는 1945년 까지 약 4년동안 투쟁을 벌였다.

영화 Defiance(항거)는 그 삼형제들의 전설적인 투쟁과 생존기를 영화로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감동적인 작품이다. 처음 산속에 삼형제들이 피신하였을 적에, 그들은 단지 그들만이 그 산속에 외톨이로 떨어진 외로운 존재인 줄로 알고 난감해 하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많은 피난민들이 그 산속에 숨어 지내고 있음을 알고 한데 규합하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거의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가족중 누군가가 독일군이나 지역경찰에 의하여 살해당하고 납치당한 피해자들로서, 그들은 함께 힘을 모아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삶의 의지가 누구보다도 강하였고 그러하기 때문에 단결이 잘 되었다. 맏형인 투비아는 매우 이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안위를 사리지 않고, 이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열심히 노력하고 용감하게 투쟁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둘째인 주-스는 성격이 직선적이고 단순하게 급하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열혈파이다. 막내인 아사엘은 아직 10대 후반으로 나이가 어려서 보호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사리를 판단하며 형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따를줄 아는 젊은 청년이다.

이 삼형제는 그 산속에서 피난민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면서, 독일군과 지역 경찰의 끊임없이 집요하고 맹렬한 추격을 물리치며 버텨낸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용맹스러운 활동이 인근지역에 퍼져나가면서 그 가문의 이름을 따라 비엘스키 사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고, 산속에도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이 많아지니 식량도 쉽게 떨어지고, 또한 말썽을 피우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하여 이들의 공동생활은 곧 잘 내분이 생기는 어려움도 겪는다. 둘째 동생인 주-스는 형과 다투다 못해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벗어버리고 인근의 러시아군에 입대하여 독일군에 대항하여 싸우게 된다. 투비아는 공동생활을 하면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말썽을 피우는 반란자의 우두머리를 처형한 후, 지휘체계를 확고하게 세워 공동체 구성원으로부터 신뢰와 지도력을 확보한다.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독일군은 1943년 6월절에 비행기를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을 한 후, 온산을 에워싼 사단규모의 병력과 탱크를 동원하여 소탕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투비아와 아사엘 그리고 마침내 극적으로 돌아온 주-스 삼형제와 수백명의 유태인 집단인 비엘스키사단은 용감하게 맞싸워서 독일군을 격파하고 그 산을 지켜낸다.

그들은 그 후에도 그 산속에서 전쟁이 끝나는 1945년 까지 약 2년 가량을 더 버티면서 그 산속에 병원과 학교 그리고 탁아소도 세워, 숫자가 많을때는 최고 1천 2백명가량의 유태인 피난민들이 그곳에 집단 거주하면서 그들의 자유를 위하여 독일군에게 저항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나는 자신들의 자유를 위하여 목숨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용감하게 항거하였던 유태인들의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북한 생각이 났다. 요즘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떠들썩 한데, 왜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 60여년의 오랜 세월동안 억압과 감시를 받고 또 굶주리며 궁핍하게 살면서도, 자신들의 자유를 위하여 스스로 한번 들고 일어서지 못하는가?하는 처량하고 불쌍한 질문이 들었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이 자꾸만 뇌리에서 맴돈다. 북한 주민들이여-! 이제는 당신들이 직접 들고 일어설 때이다!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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