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풀뿌리운동과 정치자금

2009-06-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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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 KAPAC 회장)

정치권에서 자세히 보면 어느 정치인이든 선거를 치루기 위해 타운의원 혹은 시의원 그리고 카운티의원, 주의원 등 자신의 지역구의 유권자수와 규모에 맞게 일정액의 정치자금을 마련하여 소속된 정당에 납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민주와 공화의 양당은 이 후보들에게 받은 정치자금으로 그 후보에 대한 각종 팻말, 플랭카드 그리고 후보를 소개하는 안내문 등을 함께 제작하여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각 지역별로 자기 정당의 후보들을 위해 선거운동을 대신해 준다.

참고로 2년 전 노스햄스테드 타운의 경우 지역구가 작게 나누어진 타운의원은 6만 달러, 그리고 타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관 그리고 세무관은 커버하는 면적이 넓어서 15만달러, 그리고 타운장은 25만달러를 만들어 내야 했다고 들었다. 이 돈은 자신이 모금하지 못하면 개인의 돈으로라도 납부해야 한다. 그러니 일단 선출직공무원이 되면 매년 정치자금을 모으느라고 바쁘고 또 거의 많은 시간을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소비하게 된다.이 경우는 민주당 유권자가 많은 우세지역에서 이미 공천을 받았고, 또 정보와 실력을 고루 갖춘 민주당 지도부와 행동대원의 지원을 철저하게 받는 매우 쉬운 선거의 예이다. 그렇지만 민주당 우세지역에서 공화당계 카운티의원과 대결을 했던 파키스탄계 후보의 경우에는 30만달러 이상을 쓰고도 결국 지고 말았다.


나중에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우선 민주당이나 공화당에서 소수계를 백인후보만큼 적극 지원하여 주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에서 제공하는 Volunteer와 각종 보이지 않는 선거지원을 돈으로 환산하면 20만 달러에서 25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소수계가 당에서 제공하는 Volunteer를 돈을 들여서 만들려면 그만한 돈이 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자신은 30만달러를 썼지만 실제로는 5만 달러 정도 쓴 백인후보와 비슷한 결과라는 것이다. 풀뿌리운동이 정치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에 바쳐야하는 자금을 마련하느라 바쁜 정치인에게 단돈 몇 천 달러라도 모아주는 사람이 고맙겠는가, 아니면 한인이 몇 표라고 자랑하며 풀뿌리운동을 내세우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겠는가?

이들이 처음에는 혹시나 하고 반갑게 맞아주기도 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정치자금을 마련해주는 소식이 없으면, 겉으론 마지못해 친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등을 돌리게 된다. 정치자금은 모아주지 않고 정치력신장 운동을 한다고 명함 들고 다니면서 요구와 부탁만 하고 다니다가는 오히려 나중에는 인식이 나빠져서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정치헌금은 처음에는 그냥 돈을 버리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돌고 돌아 본인이 꼭 필요로 할 때 큰 도움을 얻게 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좋든 싫든 정치의 현실이 이러하니 모든 게 어려워도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한인들과 2세들의 장래를 위해 그래도 좀 여유가 있는 한인들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열심히 참여해 주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면서 기꺼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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