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정치의 비극

2009-05-28 (목)
크게 작게
이성열 (조선족)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투신하여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이 비보는 모든 한국민을 참으로 놀랍고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크나큰 슬픔으로 몰고 갔다. 나는 한국 국적 소유자는 아니지만 그의 죽음이 너무나 허망하고 비통한 심정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다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서민출신으로 평민들의 고통이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였으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학벌위주 보다는 능력위주의 인재 등용방식이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과 지역주의 타파 등 여러 면에서 크게 공헌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퍽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사건은 재임시절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불법체류자’라는 ‘죄명’을 쓰고 이리 몰리고 저리 쫓기는 우리 조선족들을 찾아 한국의 조선족 교회(서경석 목사)를 방문하여 위로해 주시고 오늘날 조선족들이 그나마 한국을 예전보다는 퍽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준 분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자, 한국의 비극이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제나 막대한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 전 정부의 비리와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다스리던 그들을 국민들 앞에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전 정권의 정치적 세력을 꺾고 현 정권의 확고한 정립과 현 정권이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득이 되는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때마다 국민들은 정치를 혐오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기업들이 자기가 혜택을 보기위해 받지 않으려는 돈을 어떤 이상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대통령이나 측근, 아니면 그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억지로 전달한다. 그리고 자기가 필요해서 그리고 억지로 준 것을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무섭게 얼마를 줬니, 어쨌니 하고 그들에게 돌팔매를 던진다(물론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이런 행위는 정말 치졸하고 더러운 행동이다.중국의 작은 거인 등소평을 보라. 그는 중국의 문화 대혁명 때 그렇게 많은 고초를 당했으면서 심지어 자신의 맏아들이 홍위병들에 의해 3층집에서 떨어져 앉은뱅이 불구가 되었지만 마우저뚱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측근들이 이를 강력히 제안할 때도 마우저뚱의 공적이 과오보단 훨씬 크다고 말하면서 마우저뚱이 없으면 오늘의 중국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그를 높이 치켜세웠다. 아직도 천안문 정문에는 마우저뚱의 초상화가 정중히 걸려져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분석할 때는 이렇듯 크게 보고 평가해야 한다. 장점은 좀 더 높이, 크게 평가하고 결점을 볼 때는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 오늘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한국정치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도 변해야 하고, 한국민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