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초딩 보다 못한…

2009-05-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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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부장대우)

최근 핵 폭탄급 뉴스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신종 플루 사망환자 발생으로 뉴요커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가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이어 어수선한 틈을 타 난데없이 날아든 북한의 제2차 핵실험까지… 한가롭고 평온한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기대했던 이곳 한인들은 온통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연휴기간 내내 도통 정신적인 여유나 쉼은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사실 이곳 한인사회에선 이보다 몇 배 더 강력한 핵 폭탄급 뉴스가 불과 얼마 전에 있었다. 바로 2010 센서스(인구조사)를 앞둔 뉴욕·뉴저지 한인 센서스 추진위원회 구성 문제였다. 올 2월 뉴욕에서 출범한 추진위원회의 출발도 결코 빠르다고 하기 힘든 상황인데 4월 모인 뉴저지 첫 모임에서는 뉴욕과는 ‘따로, 또 같이’ 가겠다는 노선을 확정한 것도 모자라 5월 2차 모임에서는 추진위원장 선출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뉴저지의 1, 2차 모임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웬만한 초등학교 학급회의도 이보다는 낫겠다’란 말이 대번 튀어나올 만큼 회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뉴욕·뉴저지 한인사회 곳곳에선 워낙 ‘나 잘났소!’라고 난척하기 좋아하는 인사들이 많은지라 회의 내내 받았던 실망감은 실로 핵폭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바로 이곳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이끈다고 자청하는 소위 ‘지도자급’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인사회의 앞날을 계속 맡겨도 되는 것일까?’ ‘이들이 이끌고 가는 한인사회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서 종착할까?’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일부 지각 있는 인사들의 모습에서 희미하게나마 작은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뉴저지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일부 인사의 계속된 말실수로 책임공방이 오간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한인사회의 질적 성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옛말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고 하지만 달리는 척하면서 제자리걸음만 뛰고 있다거나 달리고 있노라고 입으로만 떠드는 말이라면 한인동포들이 과감히 새말로 교체하길 원할 것이다. 뉴욕·뉴저지 한인사회 지도자들은 지금도 자신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한인동포들의 눈과 귀가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소신껏, 양심껏, 수준껏 처신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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