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거에 머무른 내 감정

2009-05-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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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 (코너스톤 상담센터 상담사)

몸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감정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과 잘못된 관계형성은 이 세상을 다할 때까지 벗어날 수 없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또는 어린 시절 느꼈던 형제자매간의 우월감이나 열등감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의식적이고 강박관념적인 감정과 행동을 하거나 본인의 의지와 바람에 상반되는 직장과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이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도 부모님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부모님께 소개하기를 미루고,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경우 슬픔, 분노, 원망을 억누르면서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쉽게 선언한다.


사실 우리 부모님들 마음에 꼭 드는 배우자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처럼 힘든 일인 것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나가기 위해 부모님과의 불편함을 이겨내는 것은 보통사람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내 감정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부모의 거부감을 참아내는 것이 이별하는 것보다 더욱 괴로운 일이다. 이런 아픔을 두 세 번 경험하다 보면 결혼이란 꿈을 접어버린다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또한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사람들을 계속적으로 거절 못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사랑까지 끌고 갈 의지를 보이지 못하여 계속해서 부모와의 갈등이 커져만 간다. 이런 경향의 성격은 사회생활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상사에게 절대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친절하려고 애쓰며 순종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계속되는 경우 오히려 주도적으로 임무를 추진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어버리곤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이 반복되면서 자존감은 자꾸 떨어져 부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의 결여, 만성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게 되고, 때로는 억눌러온 분노가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발끈 폭발하기도 한다, 이런 반복된 실수를 두러워한 나머지 점점 사람들과 멀어져 고립적 생활을 하게 된다. 사람은 성인이 되면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을 바탕을 두고 전통적 사회적 요구에 조화를 적당히 맞춰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힘없이 수동적으로 순종해야만 했던 기억과 감정에 얽매어서 내안의 의지와는 상반된 일을 하게 된다. 또한 그것이 모두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내가 희생해야 마땅하다는 합리화를 내리면서 살지만 우리인간의 몸과 마음의 구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안에 나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러온 불편한 감정들은 우리 건강에 해로움을 주어 우리 신체에 여러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잦은 편두통, 소화 불량, 불면증, 원인을 알 수 없는 목, 등, 허리 통증 등등… 어린 시절 감정을 현실의 나와 조화를 맞히기란 사실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의 변화를 내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여러 번의 충돌을 겪어야 하고, 또한 내 감정적 성장에 가족을 적응시키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내 감정적 성장을 평생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장벽에 부딪쳐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통해 이런 과도기를 잘 이겨내면 더욱 솔직하고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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