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구글』회장의 충고

2009-05-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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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고문)

현대생활에서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소지품의 하나가 휴대전화이다. 어디를 가나 주머니에 휴대전화가 없으면 세상과 연결이 끊어진 것같은 불안감에 싸이게 된다. 우리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한 동네에 전화 한 대가 있을까 말까 했고 장거리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우체국에 가서 전화신청을 해 놓고 3O분 이상이나 기다려야 교환수가 연결해 주었다.

그 후 백색전화, 청색전화가 나왔어도 전화가 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유선전화가 무선전화로 바뀌고 휴대전화시대가 되면서 전화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필수 소지품이 되었다. 젊은이들은 아예 하루종일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닌다.(그래서 핸드폰이라고 하는 것일까?)또 한 가지 개인들에게 필수품이 된 것이 퍼스널 컴퓨터이다. 1940년대부터 나타난 컴퓨터는 고가대형의 첨단기계로 전문용, 상업용 설비였으나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인텔에서 성능 좋은 CPU가 개발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가 등장한데다 때마침 인터넷 주소가 크게 확장되면서 컴퓨터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컴퓨터는 비즈니스와 전문직업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지만 일반인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이메일로 통신을 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없이는 하루도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글을 모르는 사람을 문맹이라고 하듯이 요새는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고 한다. 이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문명의 이기이지만 부작용 또한 없지 않다. 전자제품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전자파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특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눈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컴퓨터게임에 빠져서 PC방에서 밤을 새워 게임을 하던 사람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모두 중독성이 있어 청소년들은 휴대전화비용이 엄청나게 나오고 컴퓨터게임에 빠져 학업을 팽개친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세계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여러분은 당장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끄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19일 펜실베니아대학의 졸업식에서 인터넷 기술에 이바지한 공로로 명예과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진정한 인간관계의 형성을 저해하는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폐해를 지적한 참으로 의미 있는 충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우리의 생활범위를 엄청나게 넓혀주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오히려 소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한 엘리베이터를 탔었는데 그 사람은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휴대전화를 하느라고 주위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가족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집에 들어와서 함께 모이면 오순도순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아이들마다 각 방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떠들거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 참다운 인간
관계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세상인데 이러한 문명의 이기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더울 촉진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우리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필수품이다. 그러나 ‘과유불급’, 즉 지나치면 모자람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과용이나 남용은 역효과를 낸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이서 서로 보고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인간관계가 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특히 컴퓨터의 경우 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장시간 작동하는 경우 불건전한 채팅이나 인터넷 도박, 게임, 자살사이트 등 위험 속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정서부족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을 황폐화하고 나아가서 개인적 파탄이나 사회적 범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명의 이기라고 하더라도 과용이나 남용은 금물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생활공간이 사이버 세계인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로 대박을 터뜨려 거부가 된 구글회장의 조언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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