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의 소중함

2009-05-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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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뉴욕가정상담소 선임 상담원, 미술 치료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얼마 전 어머니날, 어머니께 드리려고 꽃을 사는 젊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어머니께 꽃을 선물하는 기쁜 마음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감사가 숨어있어 보였고, 이들에게는 꽃을 받게 될 어머니와 가정이 연결되어 있어 보였다. 누군가에게 감사할 줄 알고 기쁨을 나누는 삶의 근원은 가정에서 나오게 된다. 가족의 수가 적던 많던 가정의 소중함은 어느 누구에게나 같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배우게 되며,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가정에서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타인을 사랑하거나 신뢰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심리학의 한 분야인 대상관계이론으로 이를 설명하자면, 어린아이는 중요한 사람들(양육자)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을 어떤 정신적인 표상(mental representation)과 상호작용의 틀로 내면화하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 표상이란 자기 자신과 대상에 대해 갖는 어떤 정서적인 상(image)을 말하는데 객관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보다는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아이가 주관적으로 지각하고 경험한 바를 반영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이는 어머니나 양육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그 대상과의 경험은 물론이고 그 경험에 수반하는 정서 상태까지 내면화하여 대상표상을 형성한다.


아이의 내면세계에는 대상에 대한 표상뿐만 아니라 대상에 반응하고 행동하는 자기에 대한 자기 표상도 존재하는데, 중요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면화된 자신에 대한 지각, 느낌, 감각, 기억,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 어린 시절 아이가 경험한 부모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기저가 된다. 따라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를 발전시키며 살아가게 되므로 그 기저가 되는 가정,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는 달리,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근원도 역시 가정에서 오게 된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적인 아버지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폭력적인 아버지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지각, 느낌, 감각, 기억, 의미가 내면화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데 기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능하는 ‘배워진 행동’은 심리치료나 교육 등의 ‘배워진 행동’으로 다시 수정될 수 있다.

어떠한 가정이나 조직이던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갈등을 부인하거나 축소화하지 않고, 이 갈등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문제나 자녀문제로 힘들어하는 가정에서 흔히 발견되는 어려움중의 하나가 의사소통의 문제로 대화가 없거나 대화의 부족, 대화의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가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수용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대화하는 방법, 갈등해결 방법을 배우고 의사소통 기술을 가지고 연습함으로써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좀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해 가는 가정을 볼 수 있었다.

가족이더라도 나와는 다른 성장배경과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할 때, 가족은 서로에게 좋은 ‘대상’으로서 영향을 주게 되고, 이것은 또 각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정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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