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성공단을 살리자

2009-05-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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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남북한 화해협력의 상징적 성과물이자 옥동자라 일컬어지는 개성공단이 끝내 문을 닫고 한반도는 또다시 긴장과 대결의 지겨운 냉전시대로 후퇴하고 말 것인가? 공단의 운명을 둘러싸고 작금 남북 두 개 코리아가 벌이고 있는 대결과 기 싸움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어서 우리 해외한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문을 닫게 된다면 입주기업은 모두 100여개로 이들과 종으로 횡으로 연계되어 있는 5000여개 협력업체가 도산하거나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 업체당 10명으로 계산해도 5만명, 가족까지 합쳐 20만명의 동포가 생계위협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명박정부 출범이래 남북관계가 험악해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고 총리, 장관, 장성급 등 각급의 당국 간 대화,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 납북어부 문제 등 대화채널이 사라지더니 이제 마지막 남은 개성공단 마저 문을 닫게 될지 모를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난국을 뚫고나갈 해법을 둘러싸고 한국에서는 지금 두 가지 정반대되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화해를 반대하고 북을 굴복시켜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냉전 보수세력은 이번 기회에 개성에서 철수하여 옛날처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가 체제경쟁을 계속하면 북은 붕괴되고 만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은 북한 위정자에게 핵무기 개발자금인 외화공급만 계속하게 되며 그를 정권연장에 도움을 줄뿐이라는 것이다. 화해, 협력을 주장하는 평화지향적 진보세력은 개성공단 같은 남북협력 사업을 더욱 확대함으
로써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한경제에도 활로를 열어주고 또 한 번 웅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북한도 빈사상태의 경제를 회복, 이른바 연착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장차 적은 비용으로 민족의 숙원인 통일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고 낙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원래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휴전선 이북인 개성일원에 중국의 선전이나 상하이 푸둥과 같은 경제특구를 만들어 제조업, 금융 및 관광사업을 포함하여 경쟁력 높은 종합적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자는 계획 2000년 현대아산 정몽헌 대표와 김정일위원장이 직접 만나 남북이 힘을 합쳐 공동 번영하자고 합의하면서 사업은 시작되었다. 북한은 2000만평의 땅을 70년간 무료에 가까운 싼 임대료에 긴 거치기간 세제혜택. 북한노동자 임금은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도 싸다. 북한의 노림수는 장차 해주, 평양, 신의주 나아가 나진 선봉지구에까지 남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북의 자원을 공동개발하고 영락한 산업을 살려보자는 의도로 읽혀진다.

그러나 남한에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비핵, 개방, 3000’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고 한미 동맹강화를 외치며 지난 정권의 화해, 협력의 이른바 햇볕정책을 대북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반북, 반 김정일 정서를 등에 업고 6.15, 10.4선언의 이행을 사실상 백지로 돌리는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북한도 연간 3000만 달러의 달러박스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으리라는 상황 인식아래 특혜를 철회하겠다는 북의 으름장에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나가도 무방하다”는 북한 측의 최후통첩성 강경자세에 당황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측도 어려운 경제여건 아래 남북긴장 대결
이 결코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 해법은 간단하다. 6.15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개성공단위기의 본질이며 문제를 푸는 해법이다. 6.15선언 정신은 지난 정권 10년 동안 어렵사리 정착시켜 놓은 남북 화해협력의 정치적 자산이며 나라와 민족이익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접근하여 공동 활용하는 융통성을 보여야할 것이다. 6.15정신은 민족의 요구이며 시대적 당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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