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를 살아도

2009-05-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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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필라델피아)

살다보면 때로 가치가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을 취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만약 한 사회의 사람들 대부분이 가치선택의 오류를 일상적으로 범한다면, 우리는 그 사회에 가치관의 혼란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한국은 현재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치관의 혼란은 사람들이 가치 세계에서 그리 높은 않은 자리의 것을 가장 강력하게 추구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상은 돈과 재물, 권력과 지위, 각종 향락들 외면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들은 그 나름대로 소중한 것이기는 하나, 가치 세계 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매김 하기는 어렵다. 생명과 인격, 학문과 사상, 종교와 예술, 자유와 평화, 사랑과 우정 등과 같이 내면적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보다 더욱 높은 곳에 자리매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가치비교의 척도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치의 수명, 그것이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혜택의 범위, 가치의 목적과 수단 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잣대에 비춰볼 때,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들 보다는 내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들이 대체로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마땅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예컨대 내면적 가치에 속하는 예술과 사상은 외적인 가치에 속하는 돈이나 권력보다 수명이 오래가고 여럿이 나누어 가져도 각자의 몫이 줄지 않으며, 본래 그것들 자체가 목적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에 돈이나 권력 또는 향락 등 외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을 삶의 최고목표인 양 추구하고 있으며 생명과 인격, 예술과 학문, 자유와 평화 등 내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들을 소홀히 대접한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가치 체계의 전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회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도덕성의 붕괴를 초래하고 우리 사회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액의 돈, 막강한 권력 또는 끝없는 향락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때 범법행위 내지 부도덕한 행위, 비윤리적인 행동, 엽기적인 사건들을 감행하게 된다. 지난날 내로라 하는 국회의원, 일부 기업인, 오랜 경륜을 가진 고급 관리 등이 위에 지적한 것에 해당되는 행동으로 국민들을 분노시킨 일들도 있다.한 나라를 이끌어온 국가 원수들이 줄줄이 법정에 출두되었었고, 더러는 그 아들들이 아버지 대통령의 권세를 업고 저지른 죄로 감옥에 간 세월도 있었다. 그렇게 요란하던 봉화마을 주인이 지금 또다시 재판을 기다리는 부도덕한 국가 원수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돈 앞에서 인간은 이렇게 약한 것인가?

오늘의 오염된 사회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집단 자살하는 사건이 왜 자주 일어나고 있는가! 어느 천주교 사제의 선종으로 비춰진 인간이 의지하고 살아가야 할 궁극적 가치관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한다. 하루를 살아도 우리는 각자의 공해없는 지역을 만들며 살아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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