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오늘도 시간은 가고 있다

2009-05-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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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목회학 박사

하루하루의 삶이 계속돼 1년이 되고 10년이 되며 한 평생이 된다. 한 평생이라고 해 봐야 100년 안쪽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단위로 보면 100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하루가 24시간이고 1시간은 60분이다. 1분을 60초로 나누어 보면 하루는 8만6,400초이다. 한 달은 2백59만2,000초이고 1년은 3천1백10만4,000초다. 그리고 100년은 31억1천40만초다.
이런 시간개념은 철저히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를 따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지구가 한 바퀴 돌아가는 것이 하루,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가는 주기가 1년이 된다. 또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고 시간을 분으로, 분을 초로 쪼개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로 보건대 사람이란 자연의 이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이용하는 동물중의 동물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생리학적으로는 별 다름 없이 먹고 싸고 자는 등 기능을 같이 하는 동물이지만 동물이 아닌 영물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동물은 없기에 그렇다. 사람은 이 세상에 문명을 일으켰고 문명을 통해 사람의 집단인 인류는 모든 분야에서 하늘이 탄복할 정도의 놀라운 성과들을 이룩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무리 하늘이 탄복할 정도의 문명의 성과를 이룩해 놓았다 하더라도 사람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개념 중 단 1초도 세상을 뒤로 돌려놓을 수도 없고 또 단 1초도 세상을 앞당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시간과 자연의 흐름을 막을 자가 이 세상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수명은 100년 안쪽이지만 다른 자연계의 동물과 식물들의 수명은 다르다. 짧은 것들도 있지만 거북이 같은 동물은 수 백 년에서 브리스톨콘 파인 같은 나무는 5천 년까지 사는 것들도 있다 한다. 그러나 사람보다도 더 긴 수명을 가진 그 동식물들은 어떤 문명도 이룩해 놓은 것들이 없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대로 조용히 아주 말없이 오랜 세월 동안 살아간다.시간을 초로, 즉 찰나로 쪼개어 나누다 보면 하루가 긴 시간이 된다. 그리고 한 달도 1년도 100년도 긴 세월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간이 아닌 자연의 시간으로 보면 100년이란 세월은 아주 짧은 시간에 해당된다. 자연의 시간이란 수십억 년의 지구와 태양의 나이와 수백억 년의 우주의 나이를 비교하면 인간의 수명은 순간에 불과할 뿐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수 만년에서 수 십 만년에 걸쳐 한 자리를 지키며 내려오는 큰 바위들을 본다. 그들의 수명을 어찌 알랴 만은 어떤 산들은 바다 속의 자리에 있다 나온 것도 있다.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의 뒤틀림으로 인해 바다 속이 불쑥 솟아나 수십만 년 전의 이끼를 그대로 한 채로 큰 산과 큰 바위들로 형성되어 있는 곳들도 있다.‘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란 말이 있다. 사람의 일생과 나이를 분초로 나누어 계
산하면 하루가 그렇게 길고 1년이 혹은 평생을 길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나이를 다른 자연계의 나이와 비교해 보면 그렇게 짧을 수도 없는 것이 사람의 수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의 일생 그 자체는 자연계의 나이에 비하면 단 꿈에 불과함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들을 낳고 수십 년을 살았는데 깨어나 보니 꿈이었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생이란 어쩌면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꿈속에서 살다 꿈속을 해매면서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허무의 생일 수도 있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과 사람에게 있는 감각의 세계만 극복한다면 감성도 없이 5천년을 살아가는 프리스톨콘 파인처럼도 될 것이다.

천년이 하루처럼, 하루가 천년처럼 느껴 질때는 즐거움이 넘쳐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져서 그럴 때도 있다. 아니면 괴로움이 너무 심하여 순간순간의 고통이 지옥처럼 참을 수 없어 하루가 천년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사형수에겐 하루가 천년 같은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들에게
는 시간이 생명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들의 삶이란 시간의 계속만이 그들의 생을 지탱하게 해주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연속돼 평생이 된다. 평생. 100년 안쪽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길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자연과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그 자체 하나만은 하늘이 내린 가장 귀한 선물 중의 선물이란 것이다. 아무리 자연의 시간이 사람의 시간보다 길다하여도 살아있는 사람의 시간만큼 더 중요하지는 않다. 그것은 사람의 한 생명이 우주보다도 더 귀하기에 그렇다. 째깍째깍, 오늘도 시간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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