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2009-05-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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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 KAPAC 회장>

지난 5월 6일 뉴스데이에 수갑이 채워진 채, FBI에 체포되어 가는 낫소카운티 의원인 Roger Corbin의 사진이 신문의 전면을 장식했다. 사유는 그간에 지역 내의 개발업자로부터 받은 22만 6,000달러의 소득을 보고하지 않고 탈세했다는 것이다. Corbin의원은 흑인계로 현재 웨스트베리와 뉴 카셀 지역의 의원으로 롱아일랜드에 사는 분들은 동네이름만 들어도 흑인과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지역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다행히 개발업자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연방정부의 프로젝트라 뇌물수수죄에는 해당이 되지 않지만, 그가 정치인이라 그 개발업자로부터 받은 수입을 보고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낫소 카운티의원의 봉급이 파트타임이라 연봉으로 3만 9,500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Corbin의원은 마땅한 직업이 없다. 그러면 그 봉급으로 어떻게 롱아일랜드에서 살아가란 말인가? 게다가 의원은 정치인이라 그의 모든 행동이 낱낱이 언론에 의해 감시가 된다. 따라서 영향력을 발휘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또한 후원자들이 모아준 정치자금을 자신의 생계비용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알고 보니 Corbin의원은 이미 몇 번 파산을 한 경험까지 있었다. 어쩌면 이런 환경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봉급을 현실화하면 되지 않을까? 질문은 간단하지만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누가 쉽게 스스로 자신의 봉급을 인상시키는 정치적인 자살행위를 하려 하겠는가? 그렇게 해서 이어온 것이 10년이 넘도록 봉급 한번 못 오르고 오늘에 이르러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한인시장으로 서 관심을 크게 끌었던 에디슨시의 최준희 시장의 봉급이 파트타임이라고, 불과 얼마 전까지 4만 달러였으니 그 봉급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고 품위를 유지하라는 말인가?

그렇다고 이들에게 쉽게 주하원이나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되는 길이 열리는 것도 결코 아니다. 십중팔구 그 자리를 지키다가 낙선하던가, 아니면 은퇴로 그냥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주하원의원이 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봉급은 약 8만 달러로 오른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반 수 이상을 올바니에 가서 지내야 되니까 주거비용도 만만치 않고, 가족이 떨어져 있다가 보니 가정불화의 소지도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길이 얼마나 가시밭길인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또 본인의 당선을 기대하면서 모아준 한인커뮤니티의 돈을 헛되이 버리는 것이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하여 보고 달려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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