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클린 세상’ 만들기

2009-05-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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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마음이 정결해야 육신이 깨끗하고 정신이 맑아야 삶이 깨끗한 법인데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인간이 만들어낸 공해투성이라 온 인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상의 공해, 인터넷의 폐해, 인간성의 오염은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 인간이 스스로 만든 과욕과 이기심의 산물이다. 지금 세계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병들게 하는 공해를 퇴치하기 위해 모든 나라와 기구들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쾌적하고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정부,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 5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없는 지구촌, 빈곤없는 지구촌, 기아없는 지구촌, 전쟁없는 지구촌, 공해없는 지구촌이 그것이다. 더러워진 세상을 깨끗이 정화해 지구촌이 살고 인류의 생존을 보존한다는 취지의 일명 ‘클린(clean) 지구촌 만들기’ 캠페인인 것이다. 지구촌에서는 현재 천재지변, 전쟁, 기아, 질병, 환경공해 등으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사람의 수가 연간 수 천 만명에 이르는 현실이다. 지구촌에서 치료제개발이 시급한 암, 심장병 등의 난치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만 하여도 연간 1천 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지구촌의 공해는 하루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심각하다. 인간이 지구촌에서 평화롭고 아무런 문제없이 살려면 무엇보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이 보존되고 질병퇴치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 인류가 무서운 질병에서 벗어나야 하고 배고픔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야 한다. 또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 손실도 이 지구상에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런 공해들이 있는 한 지구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공해가 어디 이것 뿐이랴?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문명의 이기이기도 하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악용으로 생기는 폐단은 인터넷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더 심각한 상황이다. 모든 정보와 지식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매순간 일어나는 뉴스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이점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폭력은 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수준이다.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는 음란 및 도박, 마약 등과 같은 해로운 콘텐츠는 물론이고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언어폭력, 루머양산, 명예훼손, 심지어 자살을 유도하는 사이트까지 그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오죽해서 한국의 인터넷 진흥원이 이에 대한 정화캠페인을 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진흥원은 특히 인터넷의 주 사용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본인 확인제 시행 및 제도개선, 인터넷 이용자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대국민 홍보, 개인 대 개인 사용자 불법 유해정보 차단기반 마련, 인터넷 역기능 예방활용 등으로 나누어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인터넷 상의 역기능 차단을 위한 클린 인터넷 프로젝트 ‘바람직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사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이 된다면 이것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 또 어디 있는가. 성인은 물론, 한창 자라나는 꿈 많은 어린 소년, 소녀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몸까지 앗아가는 독소가 인터넷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공해가 따로 있는가.

이런 것이야 말로 공해 중에 공해라고 할 수 있다. ‘클린(clean) 인터넷 세상 만들기’는 지구촌의 공해문제 만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지구상에 기계문명이 발달하지 않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얼마나 순수하고 소박했는가. 나날이 기계가 발달하고 ‘빨리 빨리’ 문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점점 더 각박하고 점점 더 숨 막히고 점점 더 개인주의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으로 혈안이 되고 있다. 더불어 생기는 것은 갈수록 황폐해 가는 인간성의 상실이다. 가정에서, 친지와 이웃들 사이에서도 인정은 점차 메말라지고 있다.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인간의 갈증은 가족도 멀리하고 주위와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삶을 추
구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사람의 마음에 사랑은 온데 간데 없고, 미움과 질시, 증오감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게 요즘의 세상이다. 공해는 지구촌과 인터넷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가득한 공해, 그것이 더 문제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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