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의에 침묵하는 한국사회

2009-05-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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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포트리 한사랑교회 목사)

얼마 전에 자살한 여배우 장자연의 성상납 리스트 때문에 요즘 말이 많았었다. 명단에 올라 있는 이름 중에 현 정부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장양의 자필 유서라고 증명했다는데 그 유서에는 이른 바 자신을 농락한 남성들의 이름을 밝히면서 이 인간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이 “...악마들과 함께 한 지옥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갈 정도로 수치심과 모욕을 준 인물 중에는 한국의 모 유력 일간지 두 사장 형제가 거론되고 있다. 그 집안의 어른이 조선 기생들의 머리를 가장 많이 올려준 한량이었다고 자랑을 하는 형편이고 그 할아버지의 그런 것을 보고 배운 그 손자들이 그랬다고 해서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언론사가 자기네 사장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그 국회의원을 고소했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는 지금 그 일에 대하여는 지금부터 ‘이 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기로 하자’ 라는 묵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얼마 전 중간 수사발표를 했는데 그 발표가 제대로 된 발표문이 아닌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연히 뉴스를 보았는데 그 언론사 대표의 생일잔치에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해서 큰 절 수준의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 대표는 마치 출세한 아들을 자랑스럽게 접견하는 자세였었고... 보기가 민망한 장면이었다. 이미 그 때 그 신문과 이 정권의 ‘불가침 조약‘이 형성될 것이라는 느낌을 가졌지만 이렇게 비열하게 굴종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조국의 내일이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불의한 일을 보고도 침묵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이냐 하는 것이다. 다른 언론사도 그 더러운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는 것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일이었지만 이런 일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한국사회나 교회는 과연 어떤 곳이냐 하는 것이다.
문 목사의 방북에 대해서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난 교회, 촛불을 보고 아우성을 쳤던 보수우파 등등은 왜 이런 일에 대하여 함구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일은 그쪽 동네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기에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되지 못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기네들 보스의 프라이버시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에 비하면 이것은 티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기에 그런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길들여진 비굴한 자들의 생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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