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2009-05-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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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훼이스크리스찬대학 교수)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춘풍에 파랗게 물기를 머금는가 했더니 환하게 꽃봉우리를 터트리기에 바쁘다.금년 봄은 몹시도 잔인한 계절이었나 보다. 미국 실업률은 25년만에 최고치인 8.5%에 이르는
등 경제공황이후 격심한 경제위기에 몰렸으며 온 지구촌이 몸살을 앓다보니 우리 이민사회의 한인들도 이 암울한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렵사리 개척한 사업을 당분간 휴업을 한다든가, 우래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게 되고 학비조달이 어려워 유학생활을 접는다든다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비즈니스나 살림살이에 주름이 너무 깊다보니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 게임 등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레크레이션으로 즐기는 정도를 넘어선 게임중독이나 알코홀 중독은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소홀히 함으로써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도박이나 한탕주의가 성행하는 병리현상을 피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위기와 문제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 슬기롭게 위기관리를 해서 우선 법적,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역내 직능단체나 봉사기관들은 정부의 구제 및 특별 지원자금의 지원방책과 내용을 찾아서 이민사회가 혜택을 얻도록 효과적인 대처를 해야할 것이고, 갑작스레 퇴직하게 된 경우에는 주 노동부에 실업수당을 신청하여 받도록 하고 생계비에 큰 차질이 생긴 개인은 해당 소셜사무실이나 복지기관을 통해 복지지원금을 신청 수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뉴욕의 종합병원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니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봄 오바마 정부는 식품보조비를 대폭 인상했고 또한 현재 서민층에 생활보조금을 송금해주고 있는 실용적인 복지지원에 맞추어 우리 이민사회도 구체적으로 상존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잘해보려는 잠재력이 있다. 온전성 있는 인간형으로 나아가려는 실현 경향성이 남 모두에게 태생적으로 있다고 심리학자 로저스는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모임의 노래자랑시간에 지명받으면 아무리 음치라도 노래를 잘 불려 보려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열심히 불러본다.
야구공을 치거나 골프공을 칠 때에도 허투로 날려보내지 않고 하나하나 오관을 곤두세우고 정신을 집중하여 치게 된다. 우리는 사회성을 위해 활동하면서 숨어있는 각자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메이같은 학자는 인간에게 불안은 건강하며 역동적이어서 인간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변화시킬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적절한 태도를 찾아내게 한다고 했다.

우리는 위기상황을 결실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둡고 캄캄한 터널속을 달리는 것과 같은 오늘의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터널이 끝나고 터널 저편에는 밝은 태양빛이 쏟아지는 환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다. 어렵더라도 성의를 다해 열심히 살다보면 하늘도 감동하여 우리를 도와 새로운 운명이 열린다는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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