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땅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2009-05-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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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 (내과 전문의)

때로는 주역을 좀 알았으면 할 때가 있다. 무슨 소린가 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좀 미리, 정확히 알았으면 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주역을 꿰뚫으면 천문지뢰 뿐만이 아니라 인사나 물상을 음양의 변화원리에 따라 해명해 주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다.

천문, 지뢰나 물상보다는 더 인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를 다 알기보다는 인간을, 그리고 인간과 인간관계를 예측, 판단, 결론짓고 싶을 때가 많다. 그것이 나의 주역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미국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이제 40년이 가까워 온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다 같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갈수록 뭔가 다른 부분을 인식은 하고 있으나 그 ‘뭔가’가 아직 손에 잡히질 않는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사는 것은 떠나온 모국이나 여기 미국이 다 똑같은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의를 달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천지간에 존재하는 사람의 다름이 모든 문제인식의 출발점이다.


세계 193개 국가 출신들이 모여 사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1세들이 다음세대를 향해 세상의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 달라고 말을 자주 하듯이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 사는 한민족들은 유대계 미국인들에게서 그 롤 모델을 찾고 있다. 식상할 정도로 우리는 그들을 닮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16세기쯤으로 역사는 말하고 있다. 미국 인구 중 1.7% 내지는 2.2% 정도 차지하는 인구로 이 땅에서 이룩한 것은 0.5%밖에 되지 않는 한민족으로서는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른다. 자주 인용되는 그들이 이 미국사회나 전 세계에 갖고 있는 사회전반의 영향력은 부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차이점은 짚고 가고 싶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제2의 가나안, 유대인의 미국’을 읽은 후다. 연전에 뉴욕총영사로 재직하던 조원일 대사가 부쳐준 책이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총영사로 일하던 박재선 대사이다. 당시 청소년재단을 맡고 있던 터라 한번 읽어보고 참고하라는 권유를 담고 있었다. 박재선 대사는 그의 저서 제 15쪽에서 미국의 유대인들의 삶의 태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전략) 미국에 건너간 유대인은 다른 민족과는 달리 미국에서 마저도 실패하는 경우에는 어
딘가 돌아갈 수조차 없었다. 이러한 절박한 환경이 오히려 유대인을 더욱 분발시키는 동기가 되었다(후략)”

유대인들의 역사는 우리가 하도 들어서 다들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이 핍박받고 박해 당한 역사를. 궁극적으로 이 땅에 건너온 그들은 그들의 제2의 가나안으로 만들고자 했던 사즉생의 처절하고 절박한 삶의 태도가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는 기술에 나는 눈이 번쩍 띄었다. “우리는, 나는 정말 그런 삶의 자세로 이 땅에서 살고 있는가?”스스로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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