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세계를 휩쓰는 신종독감 공포

2009-05-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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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고문)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독감이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 독감은 처음에 돼지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돼지독감으로 알려졌으나 그 후 돼지와 조류 그리고 사람을 거치면서 변종된 신종독감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미국에 크게 번지던 이 독감이 6일 현재 한국 등 23개국에서 1,658명이 발병하여 멕시코 29명, 미국 1명의 사망자를 내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번지는 발병건수가 증가하면서 WHO는 최고의 경계수위인 6단계, 즉 세계대유행 단계로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신종독감이 급속하게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세계화시대인 오늘날의 국제관계 속에서 사람의 내왕이 많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이 독감이 가장 먼저 퍼진 나라들이 모두 세계화된 나라들, 다시 말해서 선진국들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병사례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도 이번 독감이 가장 빨리 번진 나라의 하나인데 한국이 그만큼 국제교류가 많은 나라라는 반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종독감은 발병의 위험이 적은 나라들까지 과잉대응을 하는 등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회교국가여서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중국이 선물로 보낸 돼지 한 마리를 다른 동물들과 함께 기르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격리 수용했다는 뉴스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외부와 인적교류가 거의 없는 북한에서도 신종독감에 대한 방역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방역당국은 각국의 신종독감 발생경위와 상황을 신속하게 발표하고 있다면서 아직 북한에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치 북한정부가 방역을 철저히 잘해서 신종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것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종독감의 증세는 일반독감보다 오히려 약한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백신이 없고 치료제도 부족한 상태이므로 대규모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특히 음식이나 피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은 개인의 주의와 노력으로 발병을 막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독감은 대인접촉만으로 전염되며 집단발병의 위험도 크다. 비행기나 지하철, 식당, 직장의 사무실 등 한정된 공간 안에 감염자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며 상점에서 종업원과 고객간에 전파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종독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거나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게 되면 세계의 경제를 크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비행기나 기차, 버스, 호텔, 그 밖의 관광여행객을 상대하거나 접객업소가 직격탄을 받게 된다.

그 여파로 모든 비즈니스가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신종독감의 피해가 가장 큰 멕시코는 이 독감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 22억달러로 잡고 경제성장률은 0.3 내지 0.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관광업계와 중소기업, 항공사, 크루즈회사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제규모가 크고 관광여행자가 많은 미국은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한인 비즈니스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신종독감 바이러스는 고온에서는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6월을 고비로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반구의 여름은 남반구의 겨울이므로 남반구에서는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남쪽으로 이미 번진 신종독감은 남미의 겨울에 더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한다. 특히 남미국가들은 보건시설과 위생시설이 낙후한데다 신종독감의 치료약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므로 더욱 걱정된다.

지난 1918년 스페인에서 발생하여 수천 명의 인명피해를 낸 스페인독감은 남반구로 번졌다가 북반구에서 여름철이 끝난 10월과 11월에 다시 돌아왔는데 그 독성이 더욱 강해져서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이번 신종독감이 남반구의 겨울철에 번진다면 스페인독감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신종독감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남반구에서 다시 북반구로 되돌아와 맹위를 떨치게 된다면 인명피해도 문제이지만 독감공포로 인한 경제사회활동의 마비가 더욱 큰 문제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연말을 전후하여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신종독감공포는 또 다른 악재가 되어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는 방역을 강화하여 독감확산을 막고 치료약 증산과 백신개발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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