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안타까운 하버드 여대생의 죽음

2009-05-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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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하버드대학에 재학중인 한인여학생이 숨진 사건은 자녀를 둔 한인부모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다. 3일 새벽 기숙사에서 숨진 채 경찰에 의해 발견된 이 여대생의 사건은 누가 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만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숨진 여학생은 자신의 목숨을 끊을 정도로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는 아까운 재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를 수석 졸업한데다 한인부모나 자녀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학에다 학업, 스포츠, 봉사활동 등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의 탁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접한 하바드 대학교의 학생과 교수들은 모두 인터넷에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그를 애써 기른 부모와 그녀가 오늘 있기까지 사랑해온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녀의 죽음은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여대생의 죽음을 보면서 특히일류대학을 고집하는 한인부모들은 자녀교육과 자녀의 학교 및 친구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경찰에 의하면 이 여대생에 대한 정확한 사인은 앞으로 더 조사해 봐야 한다. 조사결과 사망당시 외부인의 침입흔적이 없다는 걸 보면 이 여학생이 자살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약물과다 복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확실한 사인은 조사가 끝나면 곧 나올 것이다. 사실 우리의 관심은 이 여학생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에 있다. 혹 학업중 받은 심한 경쟁에 의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될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일등주의에 의한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나 싶어서다.


내 자녀도 이런 고통을 안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세밀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어른들의 과욕으로 인해 자녀가 원치 않는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좋은 성적 등을 은연중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진단해 봐야 한다. 학교적응과 성적 등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자살하는 대학생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계속 잇따르고 있다. 하바드대학에서만도 지난 가을 학기 이후 벌써 3명이나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자녀의 능력이나 취미를 외면한 부모들의 과욕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약물중독, 학업 포기 등의 실패작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용적인 면 보다는 외형적인 면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나오는 결과다. 성공적인 대학교육은 자녀가 원하고 좋아하는 학교생활을 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이번 기회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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