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행복한 가정의 열쇠

2009-05-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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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 다른 달과는 달리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에 날씨가 화창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5월을 한국이나 미국이나 가정의 달로 지키고 있다. 가정은 이 사회나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이다. 가정이 건강하면 그 사회나 국가가 건강하게 되지만 가정이 흔들리고 약해지면 그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로 약해지게 되어 있다. 공자는 올바른 지도자가 되려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하여 가정을
잘 다스리는 자가 나라를 잘 다스리는 지도자가 된다고 하였다.

지금 한국에서는 전임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중 100만 달러는 대통령의 부인이 받아썼다는데 현재로서는 아들의 유학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받은 돈과 관련,이 사실을 대통령이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것을 놓고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임 대통령 가족의 비리가 어디 비단 이번 뿐인가. 과거에도 있었던 문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그릇된 처신으로 자식까지 잘못하면 사안에 따라 작게는 한 가정, 크게는 사회나 국가가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파생하는 것일까?


현대인의 가장 큰 잘못은 첫째가 공부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물질문명에 취해서 편리한 것, 돈만 찾아다니는 것이 요인이라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인간의 가치를 묻는 바른 길을 찾는 지혜를 얻는 그런 공부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 둘째는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약하다는 말로 변명하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생활에 옮겨 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은 많고 비판도 많고 아는 것은 많은데 정작 실천하는 행위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 스스로가 자신감을 잃으면서 자녀에게 가르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민 온 한인 부모들의 자화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블랙우드라는 설교가는 부모가 자녀에게 남길 가장 소중한 유산은 세 가지로 ‘좋은 기억’과 ‘좋은 습관’ 그리고 ‘좋은 이상’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부모 사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추억거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바쁘고 힘든 현실에 묻혀 추억 만들기는커녕, 밥 먹고 살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작은 것이라도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시간 내어 꺼리를 만든다면 추억은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좋은 습관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데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고 하였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을 실천하고 근면 성실한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에서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자녀가 실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성공하라’ 만이 아니고 이 사회, 이 나라, 나아가서는 세계를 향해 이상을 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런 말들을 사실 몰라서 못하는 한인들이 어디 있는가. 알면서도 내 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건성으로 사는 것이다. 한인들을 만나보면 살수록 제일 어려운 것이 자식교육이라고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한 수도사에게 묻기를,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하니 “저는 수도사가 될 때 하나님과 서약한 것을 매일 다짐하고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도사들은 처음 하나님에게 바치는 서원을 하는데 보통 이 서원은 시간이 흐르면 깨지거나 잊어버리곤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이 서원을 매일 아침 기도회 때 마다 다짐하며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평생동안 성결하고 순종하며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겠다가 아니라 오늘 하루 성결하고 순종하며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한 번의 다짐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의 다짐은 누구에게나 짐이 된다. 그러나 매일의 다짐은 평생을 지킬 수 있게 한다.

간단한 이 진리를 우리가 매일 매일 생활에서 실천한다면 가정의 행복과 자녀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하고 또 내일 하루를 잘 하면서 마치 점이 이어져 선을 이루듯, 물방울이 떨어져 빈 그릇을 채우듯 우리 삶의 하루하루도 계속 이어져 한 달이 되고, 한달이 이어져 일년이 되다보면 가정도 자연 풍요롭고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가정의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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