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 불의 재앙과 4대 강의 미래

2009-05-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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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씨에 물과 불의 발음이 대응되기보다는 동질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과 불의 어원은 북방계의 원초어 ‘가르다’ 과에 뿌리를 둔다. 우리 말씨 물, 불은 생명의 고마움과 심판의 두려운 상징성과 종교성이 근 30만년에 걸쳐 흔들림이 없이 우리에게 전승된 언어이다.

물, 불의 어근의 동질성 개념이 가리키듯 물의 원소를 분해하면 모두가 불길로 연결된다. 이러한 뜻깊은 언어 유산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말과 마음을 겉돌게 하는 일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문제와 자연 관계에서 초점이 흐려져 인성이 삐뚤어지고 책임을 모르게 되어 종내는 국가에 재앙을 가져온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국 순위로는 9위이고 환경성과 순위는 51위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금년은 예년과는 달리 4월 초부터 인천과 울산에 오존주의보가 내렸다. 더위가 한 달이 당겨져 평년보다 6도에서 10도가 높아 산하가 열기가 오르고 건조하기 그지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금년 들어 310건의 산불이 났고 4월에 들어 10일 간에 95건의 산불이 났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의 숲과 산이 잿더미가 되었다.

심지어는 5백년의 사림 영남학파의 기둥을 세운 학봉종가(鶴峰宗家)가 있는 경북 안동 임하면에 산불이 번져 안동시와 소방서가 긴장하기도 했다. 남한강의 하류 여주시(온조왕 13년에 개척) 한강변에 원효대사가 세운 신륵사(神勒寺)가 위협을 받고 있다. 여강의 폭이 좁아지고 수심이 얕아져 홍수 때마다 둔지가 무너져 천년의 수목과 함께 고찰이 불안하다. 지금 여주 강변 20-30 리 떨어진 마을 우물에는 물이 말라 있고 남한강의 발원지 태백시 검룡샘도 말라 있다. 강원도 호반의 도시 춘천의 호수들과 강원 남부도시들도 식수가 없어 소방차로 식수를 받는 형편이다.


우리는 물, 불의 재앙의 경고 앞에 자연을 보고 자신을 살펴야 한다. 전 국가 수장의 자택 봉하마을 건설에 든 천문학적인 재원 이외에도 주변의 화포천 정비의 명분으로 받은 6백만 달러가 해외에서 돈세탁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노선에 있던 환경연합회원들은 녹색 운동보다는 정치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로 변했고 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탕진한 것이 6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9백여 명의 공직자들이 영산강 상수원 관리지역에 살지도 않으면서 하천 규제에 따른 피해 보상금을 6억원이 넘게 챙겼다고 한다.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때에 식자층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진보를 지향한다는 정당과 일부 군소 대학 교수들은 4대 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살리기 정비사업을 정부가 접어버린‘대운하 사업’과 연결시켜 반대 운동을 한다. ‘대운하 사업’은 결정적 문제가 하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강상류와 낙동강 상류에 끝없이 굽이도는 강과 모래사장에 운하시설이 가능한 지 분명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약에 대해 서울대 교수 381명(22%)이 1백 가지에 가까운 문제점을 만들어 반대 운동에 나선 일은 학자들이 이성을 잃고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북한 땅은 ‘금수강산’이란 말이 사라졌고 식량문제와 땔감으로 국토의 37%가 취약지구로 황토화 되었다. 이러한 지경에 그들은 ‘불바다’를 떠들고 대남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녹색운동까지 반대하는 소동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아직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있고 도시가 있다. 여주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가뭄과 홍수의 범람을 대비하여 강을 넓히고 수심을 깊게...” 라는 말과 신라 때부터 “물벌”이라는 경기도 수원시가 있다.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강과 후수를 늘려 저장해서 빗물 4백만 톤을 녹색운동과 농수로 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조상의 슬기를 따라 명실상부한 도시로서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김종환 (맨하탄 고려 감리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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