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보복

2009-05-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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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5년 동안 대통령직을 잘 한 줄 알았던 사람이 돈 문제로 대검찰청에 불려가 심문을 당하는 일을 보니 그의 욕심이 과하여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서 그렇다. 여러 가지 사정과 정황이야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는 말을 보면 가족들이 연루된 돈 문제는 임기 중에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시시비비야 검찰과 변호인들이 가릴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심문을 받으러 서울로 향해가기 전 봉하 마을을 떠날 때 국민들에게 한 말은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서 겨우 1년을 넘기고 얼마 되지 않아 검찰의 소환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국민들에게 죄송할 뿐이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할까. 욕심인 것 같다.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잡음 없이 잘 끝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대통령까지 했으니. 그런데 갑자기 돈 문제가 터진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연루가 됐건 안 됐건 그 가족들만 연루됐건 간에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연관된 돈의 액수도 작은 돈은 아니다.

아마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갈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구속 기소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3자들의 반응은 그래도 대통령을 했던 사람이니 체면을 봐서라도 불구속 기소의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는 의견들도 있으나 두고 볼 일이다. 구속 기소냐 불구속 기소냐가 그렇게 큰 관건은 아니다. 한 번으로 심문은 마쳤으나 앞으로 검찰과 피의자 신분의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과의 전쟁과
도 같은 법리 싸움들이 꽤나 볼거리가 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 또 한 번의 수치스러운 한국의 대통령 모습이 세계에 드러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을 것 같다.


한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돈 문제로 인한 검찰 소환을 정치 보복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현재의 이명박 정권이 갖고 있는 의문스러운 일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의미 없는 말들은 아니다. 그리고 한다는 말들은 “권불10년 무화10일홍”이라 한다. 즉 “권세 10년 가지 않고 10일 붉은 꽃 없다”는 말들을 한다. 전 노무현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권력은 지나가 버린다. 아무리 높은 관직과 권세를 가졌다 해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간다. 100년 1000년 가는 것은 아니다. 아니, 노 전 대통령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그 수치는 그가 대통령직을 그만 둔지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가 당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하는 말
은 “권력도 권세도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고들 한다.

허상에 불과한 권세를 잡으려고 사람들은 동분서주한다. 이유가 있다. 그 권세를 따라서 돈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권세와 권력은 다 돈과 연계를 맺는다. 이번 일도 돈이 문제였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박연차란 사람이 뿌린 돈이 씨가 되었다. 넙죽 넙죽 받아먹던 현 대통령의 청와대 홍보비서관이었던 사람은 구속되었다. 세상사 모든 문제의 핵심가운데 들어 있는 하나는 끊임없는 인간의 욕심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욕심을 끊어 버릴 수는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없다. 사람이 죽기 전에는 인간의 욕심을 끊어버릴 방법은 없다. 다만 있다면 욕심을 줄이는 방법밖에는 있다. 그러면 어떻게 줄여야 할까.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조금 배부르다 싶으면 먹기를 그만 두어야만 한다.

배가 불러 오는데도 자꾸만 입에서 끌어 땅긴다고 하여 꾸역꾸역 먹다 보면 100번이면 100번 모두 채하게 되어 있다. 순리다. 욕심을 내어 순리를 거역하여 살다 보면 반드시 때가 온다. 그 때란 주체하지 못하고 참지 못한 욕심이 화근이 되어 사람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트려버리고 마는 때를 뜻한다. 하늘이 낸다고도 하는 대통령. 한 나라의 국민과 영토를 5년 동안 좌지우지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재 당하고 있는 그 수치스러움은 당사자만이 갖고 있는 슬픔은 아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안고 있는 수치스러움과 슬픔 중 하나이다. 시시비비야 검찰과 변호인들이 밝힐 것이다. 재판이 열리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과에 따라 또 한 명의 전직 한국 대통령이 감옥소에 갈 수도 있다. 바라기는 이런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절대 정치보복의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과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가 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목회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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