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속있는 점치기

2009-04-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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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한미문화연구원장)


수주일 전 한국일보에 ‘뉴욕점술가 호황누려’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요즘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경제 불황 때문에 생기고 있는 현상이다. 기사를 읽어보고 놀란 것은 미국 방송에 나온 미국사람들의 얘기였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으레 한국사람 얘기라고 생각하고 놀라지 않았었다. 한국 사람들은 경제 불황이 없어도 흔히 점쟁이를 찾곤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어질 재물 운과 직업 운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불안과 우울증을 덜거나 해결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요즘 세상에 점쟁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가 미래를 알 것이며 무슨 일을 하면 잘되고 언제 돈을 많이 벌 것인지를 알 것인가? 왜 점쟁이 자신들은 팔자를 못 고치나?

한국인들은 사주팔자라는 운명관을 믿는다. 사람이 태어날 때 그 해와 달과 날짜와 시간에 따라서 이미 정해진 일생의 운명을 타고난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결국 점쟁이들 돈 벌게 해주며 사람들이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풍조를 만들게 되었다. 이미 자기 운명이 정해져 있다니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주위사정이 좋지 않을 때 자기한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면 누구나 불안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점술가의 점이 불안을 덜어주고 자기의 갈 방향을 과연 알려줄 것인가? 내 경우 크게 벼슬한 일도 없고 자식을 많이 낳지도 않았으며, 부자가 되지도 않았고, 처복이 남달리 많은 것도 아니고, 장가 두 번 간다는 팔자도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그럴듯하게 느끼는 것은 구설수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과연 구설수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경제불황 때문에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요즘 많아지는가? 경제상태가 나뻐지면 정신과에 오는 사람은 줄고 점성가한테 가는 사람은 늘어난다.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야 하는데도, 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간다고 한다. 어디가 나타나 들러나게 아픈 것도 아니요 또 금새 죽는 병도 아니니 자연히 뒷전으로 미룬다. 그런데 사실은 정신과에 가는 것이 점쟁이한테 가는 것보다 더 믿을 수 있고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무시하고 있다.

정신과에 가면 우선 우울증이 치료되고 불안증을 가실 수 있다. 그리되면 생각이 맑아져 사리판단을 더 잘할 수 있다. 자기자신을 살펴 보고, 돌이켜 생각해보고, 자기의 분수와 장단점과 능력을 헤아려 스스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책임지기를 꺼려하고 딴 사람 또는 외부의 어떤 힘으로 돌리려고 한다.
한국 속담에 ‘못되면 조상탓 잘되면 제탓’ 이라는 말이 이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된다.

정신과의사 특히 정신분석학자는 ‘가짜들 조심’ 사람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 사람의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믿을 수있는 충고와 예언을 해줄 수 있다. 나는 크게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직전에 찾아온 몇사람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일이 있다.
한국사람들은 모두 점쟁이 한테 갔는지 이들은 모두 미국사람들이었다. 나는 금강경에 있는 부처님의 말씀 ‘이 현상계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諸相無常)’라는 말을 그 사람들의 치료에 적용했다. 이들은 모두 단 시일내에 회복하고 재기하여 새로운 큰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늘 감사해 하고 있다.

어려운 때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신의 감정 문제부터 해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재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난관을 극복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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