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누구 위한 해외 한인 참정권인가

2009-04-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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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을 위한 또 하나의 참정권 단체가 최근 LA에서 결성됐다. ‘미주 한인 참정권 실천 연합회’라는 긴 이름의 단체다. 이 단체의 목적은 한국 정부가 해외 한인들에게 주기로 한 참정권의 구체적인 실천 및 한나라당의 지원이다. 지난 1월 결성된 ‘US 한나라 포럼’과 큰 차이가 없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연이어 이 지역에서 생긴 것은 처음 ‘US 한나라 포럼’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불협화음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 단체 창립멤버의 한 사람이었던 이용태 전 LA 한인회장은 ‘포럼’과는 발을 끊고 ‘참실련’의 상임 고문으로 들어갔다.

재외 한인 참정권이 실현되면서 부쩍 높아진 것은 미주 한인들의 위상이다.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가 아슬아슬한 표 차로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200만 재미 한인이 대선 결과를 좌우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례해 LA, 뉴욕 한인회장과 미주 한인 총연 등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장 자리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올 뉴욕 한인회장 선거가 어느 때보다 엄청난 돈을 쓰며 3파전이 벌어진 것이나 미주 한인 총연 회장 자리를 놓고 열기가 뜨거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존 단체뿐만 아니라 ‘US 한나라 포럼’과 ‘세계 한인 유권자 총연합회’ ‘미주 유권자동
맹’ 그리고 최근 닻을 올린 ‘참실련’등 참정권을 둘러싼 새 단체들이 마구 생겨나고 있다.

새 단체가 태어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참정권은 주어졌지만 실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소를 재외 공관으로 제한하는 등 현실적으로 참정권 실현을 무력화하는 법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 실질적인 참정권을 주는 방안 등 해야 할 일이 많이 있고 이를 주도할 단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단체를 만들고 이끌어 갈 인사들의 마음이다. 이들이 정말 미주 한인들의 권익 옹
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인지 아니면 장차 주어질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자리가 탐이 나서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자신의 감투를 위해 우후죽순 격으로 단체를 만들고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면 이는 한인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공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실련은 창립 일성으로 한국 정부에 우편 투표 허용을 요구했다. 이 단체를 비롯 참정권 관련 단체와 한인 단체장들은 잿밥에는 눈을 감고 진정한 한인 권익을 위해 힘을 합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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