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운목의 그것

2009-04-23 (목)
크게 작게
강성연 (뉴저지)

퀸즈 아파트에 살 때 행운목을 하나 샀다. 해마다 잘 자라나서 나의 키를 훨씬 넘어섰었다. 행운목이 천장을 닿으면 드디어 집을 사서 이사갈 때가 되리라 마음에 작정했다. 그러나 행운목이 천장을 닿아 가지가 옆으로 휘어지며 자랄때까지 우리는 10년을 넘게 한 아파트에서 렌트비를 꾹 누르고 살았다. 다음에 이사 들어온 사람들은 아마 큰 이득을 보았을 거다. 2000년 발렌타인 데이 며칠 전, 우리는 뉴저지로 이사했다.

그러나 이사온 집은 천장이 높은 현대식 구조가 아니었다. 행운목을 정문으로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차고 문으로 들어와 거실로도 못 올라가고, 차고 옆으로 붙은 방으로 들어가서 자리 잡았다.
옆으로 휘어진 가지들을 잘라서 뿌리를 내려 딴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그 새끼들은 어미와 헤어져 거실 모퉁이에 자리 잡았다. 나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몇 그루의 행운목을 사서 길러 봤으나 결국 다 실패하셨단다. 모두 물을 너무 자주 준 듯 뿌리가 썩었단다.


아마 행운목은 나 같은 게르른 사람, 물을 자주 주지않는 사람에게 적합한가 보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행운목을 살 때 들은 얘기라며, 행운목은 꽃을 잘 피우지 않지만 만약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며 내게 얘기하곤 하셨다.

나는 평생에 한번 피울까 하는 꽃을 만약 보게 된다면 그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거실에 있는 행운목이 잎이 아닌 무엇인가를 보였다. 나는 너무나 신기하여 사진을 찍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 이것이 과연 꽃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중요한건, 이것을 꽃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귀한 평생에 한번 볼까하는 꽃이기에 정말 화려하고 향기로운, 아니면 적어도 선인장 꽃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이것은 향기도 없는 아주 작은 브로콜리 같은 모양세를 하고 있다.

어떻게 어느 정도 변화하나 매일 몇번씩이나 지켜보는 것이 요즘 중요한 일과가 되어 버렸다. 만약 그 꽃이 해마다 피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라면 어느 누구가 매일 그것도 몇 번씩이나 열심히 관찰하겠는가 반문해 본다. 어떻게 보면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다. 그 꽃의 모양세는 우리를 매일 크게 웃게 만든다. 행운은 항상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