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사회 또 ‘계 파동’ 인가

2009-04-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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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에 또 ‘계 파동’이 일어나 가뜩이나 장기 불황으로 힘겨워하는 한인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 수십만 달러 규모에 이르는 계가 깨졌다는 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한인은 1인당 작게는 수천달러, 크게는 몇 십만 달러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달 초 깨진 계를 그동안 운영해온 계주는 주위 아는 지인들로부터 융통한 돈도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한인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민사회에서 무엇보다 한인간의 사이에 신뢰감이 추락되고 있는 사실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한인간의 불신은 한인사회 화합과 단합에 무엇보다 저해가 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계 사기뿐만 아니라 한인사회 계 파동은 없어져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계처럼 그동안 한인들 사이에서 운영돼오다 깨진 계는 한두 건이 아니다. 잊을 만하다 싶으면 튀어 나오는 게 한인들 사이에서 많이 하고 있는 계다. 그러나 낙찰 계 같은 경우 가게, 혹은 사업운영 자금 마련 이외, 자녀의 결혼 준비, 주택장만비 조성 등 적지않은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인사회에서는 계만큼 목돈을 어렵지 않
게 마련할 수 있는 길이 마땅치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은행융자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간에 믿음만 있으면 목돈 마련의 길이 계만큼 용이한 게 또 어디 있는가. 한인들이 이민초기부터 한인들이 너도 나도 계를 많이 해온 이유다.


사실상 계가 한인 이민 경제에 활력소와 원동력이 돼온 것도 사실이다. 이를 악용해서 남의 등을 치는 계주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어떤 경우는 수 백 만 러 대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계도 깨져 연루됐던 한인들이 돈 한 푼 못 건지고 고스란히 당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한인은 가정파탄, 어떤 사람은 이민기간 내내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을 몽땅 잃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한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에서 계 파동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계가 문제가 나도 미 금융법 상으로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법적 제약과 계원들의 현금거래로 인한 탈세의혹 등 약점을 악용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점을 악용, 한인들을 유혹하는 무리들이 있어서다.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무작정 남의 말만 믿고 계를 하는 습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특히 계 사기는 거의 가까운 주변 사람들로부터 당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주위에서 돈과 관련한 요청이 오면 한번 쯤 깊이 생각하고 확실한 금융시스템 하에서 돈 거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두 번 다시 한인사회에서 계 파동에 관한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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