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미사일의 향방

2009-04-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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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북한이 6자회담을 전면 거부하고 핵개발 재개의 의지를 표명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에 불만을 품은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이다. 미사일 발사로 오바마 정부의 관심을 끌어 북미관계의 핵심키를 쥐려던 전략이 실패로 끝나자 보복적 분풀이로 대응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염두에 둔 아마추어적 외교전술의 발상이라 하나 자체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몇가지 요인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내부의 결속과 정권창출을 위한 재정비이다.1998년 김정일 체제 1기 출범을 알리는 광명성 1호를 발사했던 것처럼 3기 출범식에 맞춘 광명성 2호는 발사 자체만으로도 북한체제의 공고함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Economist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며 북한정권이 군사기술력 과시와 오바마 정부의 관심끌기에 촛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북한 군사기술력의 향상이다. 우주선으로는 실패했지만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보유함에 따라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하와이를 넘어 미본토에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자체의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다.미국의 항공우주 전문지인 ‘스페이스플라이트 나우’는 북한의 로켓이 발사대에서 1,900마일 날아갔다는 미국과 일본의 발표와 달리 2,390마일까지 날아갔고 발사체가 이륙한 직후 주변에서 나온 연기는 고도 제어장치를 갖췄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주 정상궤도 실패와 관련해서도 발사체의 3단계 고체 추진연료가 적절히 분리되지 않아 일어났다며 2단계 추진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우주로 향해 올라갔지만 그곳에서 분리 발사되게 돼 있는 3단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북한은 이미 미국 및 일본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중국과 소련의 기술지원과 자체기술로 사방 1천 km를 넘는 노동 1호 미사일을 개발해 1993년 시험발사에 성공한바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미사일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군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안보리 결의사항에 대해 비난하며 북한 편을 들어줬다.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이 돌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알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며 유엔 결의안 채택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이는 국제정치학상의 역학관계로 분석해 보면 북한을 볼모로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목소리를 높이며 동북아에서 신냉전적 구도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된 것이다. 북미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경수로를 지어 주려 설치한 케도(KEDO)를 비롯한 클린턴 정부의 대북유화 정책은 부시정부의 강경고수정책에 의해 북한을 핵무기 개발을 통한 벼랑끝 전술로 내몰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외교관계 인사들을 다시금 중용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조악한 것으로 파악하고 등한시했던 북한의 군사기술력이 핵무기를 넘어서 인공위성 제조가 가능할만큼 발전했다면 그 빌미를 제공한 미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6자회담도 사실상 폐기된 이 시점에서 어떻게 북한을 달랠지가 새로운 정책적 딜레마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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