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04-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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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와 탐욕과 우정, 긴장 넘치는 정치 스릴러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칼은 친구인 하원의원 스티븐(왼쪽)이 연루된 정치적 음모를 캐낸다.

★★★★(5개 만점)


“이 살인사건에선 손 떼는게 좋을거야”


2003년에 방영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동명의 영국 BBC-TV의 6시간짜리 정치 스릴러 미니 시리즈(DVD로 빌려다 보길 권한다. 흥미진진하다)가 원작인데 무대를 벨트웨이로 옮겼다. 섹스 스캔들과 정치와 대회사 간의 결탁 그리고 음모와 살인과 부정과 부패 및 탐욕과 우정과 충성 등 복잡한 플롯을 교묘히 섞어 구성이 탄탄하고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훌륭한 드라마다.


이 영화는 또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며 생존하는 정치 대 저널리즘의 상관관계와 함께 인쇄 매체의 몰락 그리고 진실 보도 대 영리를 위한 가십성 스캔들 보도 등 현재 프린트 미디어가 당면한 문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자주 볼 수 없는 어른들을 위한 재미와 무게를 함께 갖춘 지적인 사실성 강한 준수한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 상관이 없는 듯한 두 사건으로 시작된다. 먼저 밤에 젊은 거리의 좀도둑 청년이 DC의 뒷골목에서 킬러에 의해 살해된다. 이어 지하철역에서 직장으로 출근하던 묘령의 금발 미녀가 사고로 죽는다.

암살사건을 취재하러 현장에 온 기자는 워싱턴 글로브의 베테런 민완기자로 핏불처럼 물고 늘어지는 진실 보도에 충실한 칼 매카프리(러셀 크로우). 그는 사건을 취재하다가 이 사건과 지하철 사건이 연관이 있음을 발견한다.

죽은 여자는 칼의 절친한 대학 친구로 지금은 부상하는 야심찬 연방하원 의원 스티븐 칼린스(벤 애플렉-인터뷰 엔터테인먼트 면)의 보좌관이자 정부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여자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도 밝혀진다. 그런데 스티븐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각종 용역을 독점하고 있는 대회사의 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조사위의 위원장이다.

한편 칼의 터프한 편집국장 캐메론 린(헬렌 미렌)은 칼의 보조 취재기자로 신문사의 햇병아리 여자 블로거인 델라 프라이(레이철 맥애담스)를 붙여준다(블로거를 기자 취급 안 하는 칼과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에 충실한 델라 간의 펜 대 닷컴의 실랑이가 재미있는데 이 또한 요즘 언론계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칼은 스티븐이 자기 친구여서 진실 보도를 하는데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하면서도 그것을 역이용해 두 살인사건의 배후를 캐 들어가는데 스티븐은 또 그 나름대로 자기 애인의 살인자를 잡기 위해 칼에게 귀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그런데 둘 관계를 묘하게 만드는 것은 칼이 옛날에 현 스티븐의 처인 앤(로빈 라이트 펜)의 애인이었다는 사실. 이와 함께 스티븐에게 하원의 실력자인 조지 퍼거스(제프 대니얼스)로부터 조사위의 활동을 자제하라는 충고가 들어온다.


칼은 델라와 함께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것이 정부가 개입된 거대한 음모와 관련이 돼 있고 또 전모가 드러나면 친구인 스티븐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진실 보도를 위해 목숨을 내걸고 취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문짝만한 헤드라인성 기사를 요구하는 캐메론과 충돌하게 된다.

크로우가 텁수룩한 모양을 한 채 믿음직한 연기를 하고 미렌이 장사와 진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알차게 해낸다. 애플렉과 맥애담스의 연기도 좋다. 케빈 맥도널드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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