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번 크로커스(Crocus)꽃

2009-04-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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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스 꽃은 돈 주고 보는 꽃도 아니고 돈주어도 볼수 없는 꽃이다. 크로커스는 돈을 들이거나 말거나 꽃피어 꿀과 로열젤리를 벌에게 제공한다. 크로커스는 가꾸거나 말거나 꽃피어 향기와 예쁨으로 코와 눈을 즐겁게 한다. 크로커스는 보거나 말거나 눈 속에서도 꽃피어 꽃 구실을 한다. 크로커스는 춥거나 말거나 꽃피어(경제)한파에도 봄소식을 전한다.

크로커스는 꾸미(가장)는 꽃이 아니고 꽃대로 보는 꽃이며 장식용이나 상품으로 매매하는 꽃 축에도 들지 않는 돈으로부터 초월한 꽃이다. 무심히 보면 보이지 않지만 유심히 보면 보이는 꽃이다. 생각 없이 보면 ‘있지않은 존재’이나 생각하고 보면 ‘있는 존재’이다. 이름은 있지만 모르는 이가 아는 이보다 더 많은 듯싶고 보기는 보지만 생각하며 보는 이는 적은 듯 싶다. 에델바이스처럼 추위 속에서 살기는 마찬가지지만 숨어살지는 않는다. 에델바이스는 높은 알프스나 설악산 바위틈에 비집고 살지만 크로커스는 애틀랜틱오션 해안에 흩어져 얼굴들고 버젓이 사는 꽃이다.

봄소식을 전하는 버들강아지나 개나리 동백꽃을 들지만 크로커스는 춘분보다 더 일찍 눈속에서 바로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이다. 꽃을 돈구멍으로 보지않고 꽃을 꽃대로 보면 눈속에도 핀 신기함이 보인다. 이것이 할아비가 눈 속에 핀 크로커스를 찾아낸 손자들로부터 배운 교훈이다.사람들은 ‘아이들을 나라의 꽃’이라 하지 않는가? 청춘을 인생의 꽃이라 하며 여성은 남성의 꽃으로 비유하고 노인을 늙은 호박꽃이라 풍자하며, 늙어서 얼굴에 핀 검버섯을 저승꽃이라 부르니 저승꽃도 이승에서 피어나 무엇인가 알려주는 듯 싶다. 꽃중에는 밤에만 피는 간지런 인간 꽃도 있고 표독스런 낮 뜨거운 꽃뱀도 꽃이라던가? 꽃으로 인간을 의인화하기도 하고 인간을 꽃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꽃중의 꽃으로 무궁화를 꼽아 한국의 국화로 뽑았지만 미국은 찔레꽃을, 영국은 장미를. 프랑스는 백합, 붓꽃을, 일본은 벚꽃을, 중국은 매화를. 이태리는 들국화로 나라마다 혹은 주마다 꽃 취향이 다르나. 뉴저지주의 꽃은 제비꽃이니 그 나라꽃은 그 나라의 마스코트이다.


그러기에 꽃에 사람의 마음과 사랑을 담아 대신하여 주고받는 가교의 역할도 한다. 기독교회에서는 부활을 상징하여 백합화를, 예수를 ‘샤론의 꽃’이라 부르며, 불교에서는 해탈과 열반을 상징하여 연꽃으로 단장한다. 사랑을 표현할 때는 장미로, 슬픔을 표현할 때는 노란. 흰 국화로, 어버이께 감사하는 마음은 카네이션으로, 환영의 표로는 레이(Lei)로, 축하의 예의는 ‘란’ 화분을. 쾌유를 빌 때는 싱싱한 꽃으로 마음을 전하지 않는가? 꽃을 노래에 담아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움을 동백꽃 아가씨로, 고향의 봄 동산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로, 선구자와 배달의 얼을 ‘순결한 목련화’로, 흥겨운 도라지나 명랑한 개나리, 땅과 애족을 고양할 때 봉숭아나 해당화로, 예쁘지만 조심할 가시 돋친 장미나 아카시아 꽃을, 외로운 가을의 향연으로 코스모스와 들국화를, 결혼축가로 ‘한 송이 백합화’처럼, 행복한 에델바이스 같은 노래가 있고 어려서부터 꼬부라져 할미취급 받는 할미꽃의 유머도 있다.

미남이 꽃이 됐다는 수선화의 전설에서 자기도취(narcissism)란 어원도 생겼으니 꽃은 사람의 마음이요 생각을 담겨준 낙원의 표가 아닐는지? 꽃을 옷감무늬나 꽃 수예도 있고 꽃을 소재로 한 화가들의 명화는 엄청난 돈 덩어리가 되며 꽃을 도자기에 담은 그릇도 만만찮게 돈지갑을 채워준다. 손으로 만든 조화도 살림을 보태는 비즈니스가 되거든 하물며 생화야 말해 무엇하랴? ‘신생대를 넘어 생태계도’(토마스 벨리와 토마스 클락_란 책에 의하면 인류가 살고 있는 신생대는 약 6천5백만년 전에 시작되었는
데 이 기간에 꽃과 새들이 완전히 발전한 후 인간이 등장하였다고 한다.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그러기에 꽃이 보이는 눈은 예쁜 마음의 낙원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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