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더십·팔로십

2009-04-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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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누군가가 말을 하는데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 말은 뜻이 없다. 손님들이 모였는데, 주인이 자리를 빈다면 모임의 알맹이가 없다. 학생이 있어야 선생이 있다. 덧셈이 있어야 뺄셈이 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가게가 필요하고 시장이 선다.어린이 몇 명이 모여서 놀 때도 이끌어 가는 모습과 뒤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성숙해지면 더 뚜렷이 나타난다. 소위 지도력을 가진 사람과 추종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나 지도자의 성격은 모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학술대회의 지도자에게 여흥의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일을 맡기면 되겠는가. 적당한 자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추종자보다 지도자에 매력을 느낀다.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하며, 자녀들이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 사회는 지도자 양성을 외치고 리더십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옳은 이야기다. 리더의 영향력이 크다. 한 가정을 이끄는 것부터 시작하여 한 단체, 한 마을, 한 사회, 한 국가 나아가서 세계를 이끄는 리더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그 영향력은 사람들이 사색
하는 방향, 생활하는 방법,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 세계가 달성하려는 이상에까지 미친다. 그래서 지도자 양성이나 선택이 중요한 일이다.여기서 생각할 일은 지도력 키우기는 추종력 키우기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뒤따르는 사람이 없다면 앞서서 지도하는 사람이 필요 없게 된다. 또한 지도자란 언제나 어디서 나 같은 사람이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이 때로는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뒤따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지도자와 추종자의 위치가 재빠르게 바뀔 수 있을 때 분위기를 바꾸고,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도력과 추종력의 차이는 무엇인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지도력은 선두에 서서 안내하고 이끌어나가는 힘이다. 지식, 지혜, 의지, 생각일 수 있고, 체능, 체력일 수 있고, 때로는 재력일 수도 있다. 추종력은 이해한다, 뒤따른다는 뜻이지만 결코 생각 없이 따라간다는 뜻이 아
니다. 지도하는 사람의 의견에 대한 비판과 건의도 하면서 따라가는 열린 관계이다. 지도자와 추종자의 관계는 주인과 객이나, 상관과 하관의 관계가 아닌 뜻을 같이하는 동반자의 관계이다. 협력자 관계이다.

학생들에게 리더십이나 팔로십을 길러주는 방법은 두 가지를 골고루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교과학습, 운동경기, 각종 게임, 각종 행사 따라 리더를 상호 추천하여 뽑고, 나머지 학생들이 그 리더를 따라서 일을 진행한다. 일이 끝나면 리더와 팔로아들이 한 일에 대한 상호 의견 교환을 하는 것으로 쌍방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은 교과학습만이 아니다. 여러 친구들과
사귀면서 리더십과 팔로십에 숙달되기를 바란다.이런 훈련을 받지 않으면 딱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어느 모임에 가든지 꼭 리더가 되려고 하여서 분위기를 흐려놓는다. 또는 어디에 가든지 맹목적인 추종자가 되는데 만족하며 적극적인 참가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모임이 많아서 때로는 엉거주춤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태도는 분명한 게 좋을 듯하다. 리더가 되든 팔로아가 되든 일단 정해지면 거기 맞는 태도가 있다.

사람이 사는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생각한다. 좋은 부모 형제, 좋은 친구, 좋은 교사, 좋은 리더를 만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분들을 뒤따르면서 크고 작은 교훈을 얻게 된다. 이런 마음의 교류는 아름다우며 우리는 여기서 뒤따르는 마음의 첫 출발을 한다.리더나 팔로아나 인간의 우열을 나타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양쪽을 활발하게 오가며 삶을 배우면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리더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은 양의 노력을 팔로아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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