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다리는 것도 투자

2009-04-13 (월)
크게 작게
김기영(E2 West Corp. 대표· 뉴저지 경제 자문위원 )

전 세계적으로 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앞날을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맞는 말이다. 러시아, 동유럽 위기 등 불안한 소식은 그칠 줄 모르고, 금값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자산 관리를 해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를 해야 할 때인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외환위기 때는 다소 기회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 2년여가 안 돼 경기가 회복됐던 상황을 기억하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희망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는 여건이 많이 다르다. 전 세계의 금융위기는 실물로까지 위기가 확대돼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세계의 자본시장은 대공황, 금본위제 폐지, 오일 쇼크 등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은 새로운 대응방안이 나오면서 성숙해왔다. 현재 위기도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시장은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경제가 다 같이 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간에 필요한 투자 혜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과 자본시장의 성장을 보고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이 투자할 기회라는 이들이 있고 조금 더 가격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기다리라는 사람도 많다. 여러 지표가 부동산 시장의 향상을 나타내 주고 있지만 은행과 시장은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가 있었다. 부동산은 그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오르고 투자하면 결코 손해는 안 본다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믿음은 미국에서도 이어졌으나 은행들이 자신들의 손실을 우리에게 떠맡게 하면서 우리가 곤경에 처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부동산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모든 거래에 실거래가가 적용돼 세금 감면효과가 없어졌다. 시장 주체인 수요층도 달라졌다. 인구 구성에서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수요를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집보다 편리함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상가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기대 가격차가 너무 커 거래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통화가치다. 흔히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꼽혀왔다. 인플레이션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그 근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디플레이션도 걱정해야 한다.

이민 1세대로써 선친이 물려준 것 없이 자신과 부모, 그리고 자녀까지 돌보아야 하는 현재의 한인 기성세대들은 그러한 걱정 없이 부모가 물려준 집이나 펀드, 주식 등으로 노후를 걱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사는 미 주류 사회 기성세대를 부러워만 할 시간이 없다. 투자는 노후를 위한 재테크로써 중요한 자산 증식 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난국에서의 투자는 원금을 잃지 않고 환차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해 3년 이상 자산이 묶여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유동자산을 확보해 두는 것이 그 방법이다. 요컨대,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말고 유동자산으로 이상적으로 가치있게 보관해 줄 상품을기
다리는 것도 ‘투자’인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