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바사바’의 병폐

2009-04-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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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 <수필가>

한국 사회에 ‘사바사바’라는 병폐가 언제부터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잘 알 수는 없다 사바사바를 잘 하면 출세도 하고 돈도 벌고 만사형통의 처방전이라는 것을 이제는 자라는 어린아이들까지 알게 되었다. 사바사바의 정확한 뜻이 뭔지 한글사전에 찾아봐도 없다. 욕심 부리고 시끄럽고 온갖 고통을 참고 견디어야 하는 이 세상을 불교에서는 ‘사바’라고 한다. 이 사바세계에는 어쩔 수 없이 사바사바도 따라 다니는 것일까?

한국사회의 사바사바 병은 이제는 상당히 중증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입후보한 아이가 선물 공세로 급우들의 환심을 얻어 반장으로 뽑힌 것을 그 부모들이 자랑을 한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선거라는 것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이고 선거판은 선물도 받고 향응대접을 받는 것으로 여기는 어른들로 길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담임선생에게 사바사바를 잘 하면 성적이 올라가고, 시험관에게 사바사바를 하면 시험에 합격하고, 직장에서 상사에게 사바사바 하면 직장 생활이 편하며 진급도 빠르다. 불량제품도 사바사바를 잘 하면 납품이 되고 기업을 키우고 재벌이 되려면 정치판 실세를 잘 잡아 사바사바하면 더 많은 이권을 챙길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어떻게 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소위 유식(?)한 사람들은 사바사바를 현대식으로 ‘로비 활동’이라고 어느 나라나 다 있는 관례라고 한다. 문제는 자신과 자기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과 공공의 이익을 도외시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 뉴스를 TV나 인터넷으로 보면 정말 짜증나고 슬퍼진다. 철없는 한 사업가가 사바사바 해서 뿌려놓은 돈에 거물 정치인들과 전직 대통령까지 연루되었다. 한국 정치판이 낙제점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온 판결이다. 정치인의 부패는 경제, 사회, 교육 등에 전이되어 나라를 총체적인 혼란과 위기로 몰고 간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알고 있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어린 여배우를 사바사바를 위한 손님접대로 내몰아 그녀는 수치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였다. 아직도 어린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 배후 인물들과 대접을 받은 사람들을 밝혀내지 못 하는 것은 밑이 구린 공범자들이 많은 탓인가.

불량 의약품, 불량 식품은 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일이니 사바사바로 통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두 바라는 풍요로운 사회는 건전한 상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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