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국 = 이민자의 나라?

2009-04-10 (금)
크게 작게
윤 재 호(취재 1부 기자)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이 이민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국가의 지위를 잃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미국 내 기업들의 감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전문직 외국인들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전문직이 아닌 비전문직 노동부분의 경우도 급격히 줄어든 일거리로 인해 이들 비전문직 이민자들의 본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직 부분의 경우 실제로 지난해 4월1일 시작된 전문직취업비자(H-1B) 신청이 현재 6만5,000개의 연 쿼타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이는 첫 주 조기소진을 기록했던 지난 3년과 비교해, 미국 내 외국인 취업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더욱이 경제 불황으로 인해 상당수의 미국 내 기업들이 석사 또는 박사 소지자들을 학사 소지자들의 월급수준으로 고용하고 있어, 이들의 영주권 신청 또한 취업이민 3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국무부의 5월 영주권 문호에 따르면 취업이민 3순위가 오는 10월까지 동결됐다.


2년 전 국무부의 실수로 폭주한 신청서 처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쿼타를 기준으로 최소 7~8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민 전문가들의 예견과 현재 2순위 자격미달로 3순위 신청을 준비 중인 취업이민 대기자들의 신청이 실제로 시작되면 영주권 취득을 위해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 같은 불안정한 현실이 전문직 이민자들의 본국행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최근 미국의 불안전한 고용 상황으로 인해 미국 내 기업에 취업한 남성들과의 결혼을 꺼려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비전문직 부분은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으로 인해 최근 수개월간 미 국경지대에는 탈 미국을 선언한 미국 내 히스페닉계 노동자들의 본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경제 활성화의 시작은 소비 활성화다. 미국 정부가 이민자들의 떠나가는 발걸음을 잡아 이들을 통한 소비 활성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미국의 불황은 장기화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