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위에 계란치기

2009-04-09 (목)
크게 작게
이경희 (교육가·수필가)

지난해 10월, 재외 동포재단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봉직한 이광규 박사의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을 위한 강연회가 있었다. 내용인 즉, 한국어가 미국 공립학교에서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정규과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망치로 나의 뒤통수를 한방 크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 이상을 한인 2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감히 바위 위에 계란 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 박사는 열변을 토하면서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위하여 한국어를 인정해 주고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었다. 1996년 SAT II 한국어의 9번째 채택과 함께 2004년 Bush Grant에서 각 공립학교에서의 제 2외국어인 6개의 언어 속에 한국어를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으며 2008년 미국의 안보에 필요한 언어(National Security Language) 10개를 발표하면서 한국어를 빼놓지 않았는데 오히려 우리 한인들이 한국어가 어떻게 세계 사람들이 배워야 할 언어냐고 자기 비하를 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형성된 공감대로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위원회’가 발족돼 실행위원이 선임되면서 일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 후 약 1년 반 만에 임시 총회에 참석, 그간 추진된 사업 결과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그 일에 몰입해 정신없이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이들 때문에 사업이 많이 진척된 것이 확인되었다. 교사 양성 장학금 지원비 3만 달러 확보, 러거스대학에 한국어 교사 자격 프로그램 개설계획과 함께 5명의 교사 양성, 뉴욕대학에 한국어 교사 자격 프로그램 개설 추진, 전문가들의 5회에 걸친 강연회 등.

1년 반 동안 추진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올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한국어 정규반 개설을 지신있게 추진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기금 모금 운동과 서명운동을 통해 한국어를 주 정부에서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하도록 각 학교 한국 P.T.A(자모회) 운동으로 시작하여 범 동포 운동으로 추진하여 한국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지난 몇 년 동안에 정규 중국어반이 700개, 정규 일본어반이 500개 이상 개설된 것은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적극 참여했던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SATII 한국어 채택에서 아주 중요한 선례를 가지고 있다. 그때도 서명운동을 적극 벌여 10,000명에서 30,000명을 확보하여 25만 달러를 모금하자 삼성에서 50만 달러 전액을 쾌척하여 SATII 한국어가 9번째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 자녀들이 주말 한국학교에서 배운 실력에 머물지 않고 한국어가 국제 언어로서 중,고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되어 1주일에 5시간씩 고급 한국어를 배워 완전한 이중언어 구사자로서 어느 직장에서도 환영받는 유능한 인재로 뿌리내릴 것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나면 결코 계란을 바위에 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