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멍청이가 된 휴대전화 세대

2009-04-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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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 (법정통역)

7개월 전쯤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청년이 아틀랜타, 노스 캐롤라이나에 살다가 내 뉴욕에 도착 첫날 아는 여인의 차를 몰다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형사법원에 입건되어 왔다.경찰 구치소에서 법원의 입건재판으로 넘기기 직전 앞으로의 재판기간 동안 석방할 것인지 혹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보석 조건 자료를 위해 CJA 라는 기관에서 신상
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는 절차가 있다.

이 절차에서 이 청년은 법원 직원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 살고 있다는 곳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어느 타운이나 도시에서 왔는지 그 이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다시 전 주소를 물었으나 6개월이나 살았다는 아틀랜타이지만 그가 살던 집의 주소는 말 할 것도 없고 하다 못해 길 이름이나 번지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변명인즉 모든 이런 자료가 자기의 휴대전화에 입력되어 있는데 경찰이 이를 보관하고 있으므로 자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요사이 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전화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주 흔히 있지만 주소까지 전화기에 입력해 두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법원의 입건재판 (보석재판)에서는 이 사람과 같이 미국에 주소지나 직장 등 아무것도 연고가 없는 경우에는 보석금을 명할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만약 이 청년에게 얼마간의 보석금이 책정되어 형무소에 갇히는 경우가 되면 - 필경 이 청년의 방문 비자는 기한이 넘어 불법체류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 십중팔구 이민국에서 홀딩(Holding) - 신병인수 - 통고를 보내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바로 추방 조치로 이어진다.

6개월 동안이나 살았다는 아틀랜타의 주소조차 대지 못한다고 기록하게되면 거의 결정적으로 거짓 진술하는 것으로 오인되어 보석금 명령은 거의 자동으로 되어 보였다.담당 직원도 이를 딱하게 여겨 전 주소인 아틀랜타 거주를 생략해 버리고 전 주소를 한국으로 하여 단기 방문 온 관광객으로 만들려고 하여 한국의 마지막 주소를 물었다. 놀랍게도 이 친구
는 서울의 주소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다가 다행히도 ‘아차’ 하면서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찾아내었다.

그런데도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회사의 공식 명칭이나 주소도 몰라 하는 수 없이 조사 서류에 주소 불명의 골프장 이름만 기재하게 되었다.
이제 이 청년이 보석금 명령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보석 재판에서 검찰이 입건된 사건에 대한 구형을 해 준다면 이를 받아들여 유죄시인을 하고 더 이상의 재판이 필요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법뿐이다.신상 조사서를 검토한 검찰은 이 청년을 미국을 일시 방문하는 관광객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의외의 후한 구형을 해주어 이를 받아들이고 재판을 끝낼 수 있었다.

기억 장치된 전화기 때문이라지만 일상생활에서 자기의 주소, 전화번호, 직장의 공식 명칭과 주소 등을 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는 아무도 사람 대접해 주지 않을 멍청이나 하는 짓이다.불행히도 나의 기억에 이런 종류의 한심한 사람들이 한인들 중에, 특히 젊은 층에 많은 것을 발견하였고 한탄하고 있다. 문명국에 사는 후진성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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