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묻지마 총격사건’남의 일 아니다

2009-04-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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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가뜩이나 힘든데 주위에서 연이어 총격사건이 터져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3일 빙햄턴에서 중국계 베트남 출신이 실직을 비관,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에는 한인여성도 한명이 5발의 총격을 맞고 부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4일에는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미국인 남성이 3명의 경찰에 총을 쏴 모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날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에서도 한 미국인 남성이 자녀 5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여기 저기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유사 사건이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건을 저지르는 범인들의 동기나 요인을 보면 대부분이 실직이나 실연, 부부, 혹은 이성간의 갈등이나 마찰 등으로 연유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빙햄턴에서 일어난 대형 참극도 보면 범인이 이혼에다 실직, 여자친구로부터 당한 실연과 영어를 잘 못해 당한 놀림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심각한 정도로 침체돼 있는 데다 이로 인해 부부는 물론, 직장에서의 실직으로 인한 문제 발생 소지가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대형 참극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가 짙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은 사람들의 마음에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집이나 건물 모기지 지불에 문제가 생기고 생활비마저 압박감이 생기면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을 수가 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를 경우 울분과 슬픔, 분노 등을 타인에게 표출하거나 자신 혹은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 직면한 어려움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는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민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에다 더욱이 경제적인 문제 까지 겹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심리를 지닌 한인들이 우리 사회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최근 일어난 크고 작은 총기사건들이 남의 일로 보여지지 않는 이유다. 이미 우리 주위에서는 부부갈등으로 일가족을 칼로 살해한 참극이 얼마 전 일어난 일이 있으며, 생계고를 비관해 집에 가스를 틀어놓고 부부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너도 나도 위험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이런 때일수록 문제가 있으면 개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전문기관 등을 통해 상담을 의뢰하거나 상담을 받도록 주선해 대형 참사를 사전 방지해야 한다. 상담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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