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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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 어느 장단에 춤 춰야 할지

2009-04-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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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며칠전 일간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 7월경 조지 W 부시 행정정부가 내놓은(HFH-Hope For Homeowners)라는 주택구제책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차압위기에 처해있는 주택 소유주가 기존의 융자은행과 합의하여 연방주택국(FHA)의 장기 저리 융자로 재융자를 받을 수 있는 플랜이었다. 당시 필자의 기억으로는 융자 원금도 현 감정가의 90%까지 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한동안 이것에 대한 문의로 떠들썩 했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이 플랜으로 재융자를 신청한 신청자는 고작 752명에 불과하고 더 웃지못할 일은 이 플랜으로 주택압류 위기에 벗어난 주택소유주는 단 한명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과 실질적으로 모기지 융자 시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50년 만에 처음으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가 5% 이하로 떨어져있다. 그럼 주택 소유주는 이 낮은 이자로 모두 재융자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지금 재융자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해 미국 정부가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어온 양대 국책 모기기 업체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을 정부 관리체제로 편입시켰다. 미국 주택 대출의 절반 가량인 5조3000억달러의 모기지를 보유하거나 보증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미국 주택시장이 굴러가는 핵심기둥이었는데 이 신뢰를 잃은 두 업체를 정상화 시켜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정부 관리로 들어간 후에 융자 프로그램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 났나보자.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춘 게 한인들이 대부분 융자를 받아왔던 프로그램인 ‘Stated Income’ 프로그램이다. 즉 일정 직업을 가지고 있고 크레딧이 좋으면 수입증빙 없이 융자를 해주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다음으로 사라진 것이 이자만 내는 ‘Interest Only’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30년 고
정이자를 받고 10년이나 15년까지 이자만 낼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것을 말한다. 물론 원금은 언제든지 갚아도 되고 10년 후나 15년 후에는 남아있는 원금을 동일한 이자로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가던 프로그램이었다.
페니매와 프레디맥의 프로그램 사정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먼저 간단한 융자 용어 몇 가지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감정 대비 융자 금액인 LTV(Loan To Value)이다. 간단히 100만달러 감정에 50만달러 융자면 LTV가 50%이고 80만달러 융자이면 LTV가 80% 된다. 즉 LTV가 낮을수록 은행으로선 안전한 융자가 된다. 반대로 LTV가 높을수록 리스크가 높은 융자가 된다. 또 한 가지는 포인트(Point)이다. 1포인트는 융자금액의 1%를 말하며 클로징 때 일시불로 내는 클로징 비용이다. 예로 40만달러 융자에 1포인트이면 클로징 때 추가로 4000달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페니매와 프레디맥에서 바뀐 가이드라인을 들여다보면 크레딧에 관련하여 앞서 말한 LTV에 따라 아주 세부적으로 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LTV가 60% 이하면 크레딧이 700점 이하여도 포인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LTV가 80%인 고객이 700점 이하일 경우에는 크레딧에 따라 포인트가 무려 1.5~3포인트가 부과된다. 만약 재융자를 하면서 얼마 정도 캐쉬아웃(Cash Out Re-Fi)을 한다면 LTV가 60%까지는 포인트가 부과 되지 않지만 LTV가 80%정도 된다면 크레딧 점수에 따라 0.5~2.75까지 포인트가 부
과된다. 그리고 갖고 있는 주택이 2 패밀리하우스나 그 이상일 경우 LTV에 관계없이 1포인트가 부과된다. 또한 주택이 콘도나 코압일 경우 LTV가 75% 미만은 0.25포인트 LTV 가75%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0.75포인트를 부과시킨다.

앞서 말한 포인트는 은행이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고 페니매와 프레디맥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은행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서 포인트가 매겨진다. 이렇게 하여 어떤 고객이 콘도를 갖고 있는데 약 50만달러 정도 감정가가 나오고 현재 35만달러를 원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크레딧 카드 빚을 갚기 위해 5만달러 정도 캐쉬 아웃하며 재융자를 한다고 가정하자.

물론 크레딧 빚이 많아서 크레딧 점수는 한 675정도라고 하자. 이럴 경우 이 고객에게 부과되는 총 포인트는 무려 4.75포인트이다. 융자금액이 40만달러이니 클로징 시 추가로 거의 2만달러 정도가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생각을 한번 해보자. 수입이 많고 현재 남아있는 LTV가 60% 미만이고 돈 걱정 없어서 크레딧 좋은 고객이 있다면 4%대로 더 좋게 재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반면 융자가 아직 한참 남아 있고 자녀들 학비나 경기 불황으로 인해 여기저기 크레딧 빚이 있다면 무지막지한 클로징 비용이 들어가거나 아예 재융자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

지금 미국 정부는 한쪽에서 어떻게 주택경기를 부양할까 열심히 구제방안을 내놓고 어떻게 해서든지 모기지 이자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모기지 연체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열심히 연구하며 문제가 되는 Stated Income이나 Interest Only는 애초에 없애버리고 약간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부분은 포인트를 마구 붙여서 최대한 리스크를 보상 받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중간에 필자와 같은 론 오피서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위기에 처한 고객들을 한명이라도 더건져 올리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번에 오바마 정부가 또다시 획기적인 융자 재조정(Loan Modification)과 재융자(Loan Re-finance)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필자의 은행에서도 프로그램 부서에서 분주하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필자는 해당 가이드라인 교육이 잡혀져 있다. 이번은 제발 현실성있는 구제방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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