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체자 사면은 미 경제 회복의 특효약’

2009-04-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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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 1부 차장)

미국의 대표적 이민자 옹호단체인 이민정책센터(IPC)가 지난달 발표한 한 편의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불체자 사면은 미 경제 회복에 특효약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이 보고서는 불법체류자 사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체자를 사면하면 미국 정부의 세수입은 향후 10년간 660억 달러, 사회보장연금은 향후 50년간 4,070억 달러가 늘어난다. 또한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지출, 고용, 임금
등을 모두 상승시켜 미국의 경제 회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특히 고갈위기를 맞고 있는 사회보장연금은 불체자 사면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 문제해결의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IPC 자체 추산이 아닌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보고서와 초당적 기구인 의회예산국(CBO) 등의 자료를 분석, 종합한 것으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불체자 사면이 경기부양의 견인차가 된다는 것은 이미 레이건 행정부 시절 확인된바 있다. 레이건 행정부가 지난 1986년 단행한 ‘불체자 대사면’ 이후 5년간의 추이를 연방노동부가 조사
한 결과를 보며 사면된 불체자의 임금은 15% 증가했고 세금납부와 소비지출도 크게 늘었다.


늦어도 올 가을부터는 ‘포괄적인이민개혁법안’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오바마 행정부가 레이건 행정부의 ‘불체자 대사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체자 사면안이 빠진 이민개혁안은 이제 더 이상 미국과 이민사회를 위한 개혁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현재 국토안보부(DHS)가 추산하고 있는 미국 내 서류미비자는 1,160만 명이다. 이 가운데 한인은 약 24만 명으로 출신국가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08년도 센서스 통계상 뉴욕(13만2,425명)과 뉴저지(8만5,868명) 한인인구를 합친 21만8,293명을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거 미국은 평균 10년에 한번 씩 이민개혁을 단행해왔다. 하지만 9.11 사건이 터지면서 20년 넘게 이민개혁이 단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조차 이민시스템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 IPC가 발표한 이 보고서는 기대감을 키우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형사법을 어긴 범법 불체자에 대한 구분은 있어야겠지만 불체자 대사면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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