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핑센터 개발회사들 “짓다가 말수도 없고…”

2009-04-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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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완공 예정이던 럭서리 리테일 프로젝트들
경기 침체 탓에 줄줄이 연기 또는 축소 오프닝
리테일 스토어들 입주 꺼려 완공해도 걱정 태산


경기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샤핑센터 개발회사들의 고민이 크다. 진행해 왔던 샤핑센터 건설을 계속하자니 입주 미달로 자금난에 빠질 것이 뻔하고, 시장상황을 생각하면 발을 빼야되지만 거대 샤핑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리테일 경기가 수십년만에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올해도 미전국 주요 도시에는 대규모 럭서리 샤핑센터들이 새로 문을 연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덜 럭서리하고 규모도 축소돼 개장된다. 상당수는 예정됐던 개장일을 아예 후일로 미뤘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프라퍼티 포트폴리오 리서치사에 따르면 올해 미전국 상위 54개 시장에서 부동산 개발사들이 새로 데뷔시킬 리테일 샤핑센터 스페이스는 7 800만스퀘어피트. 2008년 완공 1억4 400만스퀘어피트보다 크게 줄었지만 이 마저도 2년째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수요를 넘는 과잉공급이 될 것으로 예상돼 개발업체들은 그랜드 오프닝을 가지면서도 표정은 어둡다.

올해 개장하는 샤핑센터들은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최고로 멋지고 럭서리하게 디자인됐던 것들인데 갑자기 소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원래 컨셉으로 개장하기에는 아주 부적합하게 돼 버렸다. 하지만 이미 터를 닦고 착공을 했고 컨스트럭션 론도 받아 건설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개발업체로서는 가능한 빨리 완공시켜 임대하여 론을 갚아나갈 소득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 따라서 개장은 하되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훨씬 소박하고 규모도 축소해서 오프닝을 갖는다.

샤핑센터 개발업체들의 이런 모습은 상업용 부동산 개발이 경기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준다. 프로젝트 컨셉 단계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년 전에는 대단한 아이디어였던 것이 지금은 개발업체들을 심각한 재정난으로 몰아가는 골칫거리로 변해버린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많은 개발업체들이 건설 규모를 축소하시키거나 완공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으며, 마지못해 일단계 프로젝트까지만 진행시키고 경기를 봐가며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달라스의 부촌 33에이커의 대지 위에 건설 중인 럭서리 주상복합 프로젝트 팍레인이 좋은 예. 갭, 올드 네이비 등 네임 브랜드 스토어들이 입점하는 리테일 샤핑센터와 고급 아파트, 일류 오피스 및 호텔이 함께 하는 대규모 주상복합 컴플렉스로 지난 2003년 착공돼 2008년 완공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지난주에 1단계만 초라하게 개장했다. 입주하기로 돼 있던 다수 리테일 스토어들이 떠나는 바람에 십 여개 업소만이 오프닝에 동참했고 10만 스퀘어피트의 오피스 공간은 절반만이 리스됐고 325유닛 아파트는 3분의1만이 입주자를 맞이한 을씨년스런 출발이었다. 파크레인에 들어설 예정이던 발렌시아 호텔 타워는 경제가 나아질 때까지 건설이 연기됐다.

팍레인은 63만스퀘어피트의 리테일 스페이스를 동시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불경기 탓에 다수 리테일 스토어는 그랜드 오프닝을 맞이하지 못했다. 노스트롬 랙과 딕스 스포팅 굿스는 예정대로 문을 열었지만 서킷시티, 슈 파빌리온 등 상당수 업소는 이미 파산해 오프닝에 동참할 수 없었다.

팍레인 개발사는 주된 테넌트인 호울푸즈 마켓이 오프닝을 2010년으로 연기하고 싶어 해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 호울푸즈의 스페이스를 줄여주고 내부 공사 자금을 더 지원해 주면서 2009년 개장을 설득 중이지만 호울푸즈는 경기침체 탓에 모든 신규 오프닝을 중단하는 방침이어서 쉽지 않다.

뉴저지주 메도우랜즈 소재 자이언츠 스테디엄 인근에 건설 중인 초대형 콤플렉스 사나두 프로젝트도 비슷한 지경. 총 공사비 23억달러를 투입해 230만스퀘어피트 면적의 샤핑 인트테인먼트 콤플렉스를 건설하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2002년 기공된 뒤 원래 계획이라면 2007년 오픈예정이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완공이 연기되고 있다.


임대난과 재정난으로 개발사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완공 시기가 일차로 올해 8월로 연기됐는데 최근 2억달러의 건설 론에 이상이 생기면서 오프닝 데이가 무기 연기됐다.

애틀랜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디벨로퍼 벤 카터 프라퍼티즈사는 6억5,000만달러짜리 1단계 프로젝트 데뷔를 올 11월에서 2010년 가을로 최근 연기했다. 경기 하강으로 건설비를 하향조정하기 위한 협상과 소매 입주 업소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조치였다. 2007년 착공된 이 프로젝트는 37만5,000스퀘어피트의 럭서리 샵과 356개 콘도미니엄이 들어서기로 돼 있는데 리테일 공간의 반만 리스된 상태다. 입주 예정이던 업체 하나는 파산해 버렸고 일부 다른 업소도 리스에서 빠져나가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에서는 디벨로퍼 조셉 프리드 어소시에이츠가 28만5,000스퀘어피트의 리테일 센터 블락 37프로젝트 1단계 오프닝을 올 봄에서 가을로 연기했는데 일부 앵커 테넌트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입주 계약했던 다른 일부 소매 업소들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개발사는 걱정이 태산이다. 1단계 프로젝트의 고작 55%만 리스 됐다.


HSPACE=5
경기 침체로 올해 개장할 예정이던 다수 샤핑센터들이 완공을 연기하고 있다. 오픈하는터라 경우에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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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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