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마라

2009-03-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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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 (법정통역)

요사이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는 많은 한인들 중에는 체포될 당시의 상황이 마치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다가 참외를 훔치려는 것으로 의심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혐의로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 때문에 체포된 사람이 많다.

최근 퀸즈 법원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검찰의 어떤 유리한 가벼운 형량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의 2년을 끌다가 결국 배심 재판에서 유죄 평결로 끝을 본 사건이 있었다.이 사람은 누구를 기다리느라 주차시켜 놓은 상태에서 차 속에서 잠을 자다 붙잡혀 온 사람이다. 자정이 된 시간이라 지나가는 행인이 행여 사고가 아닌가 의심되어 911 에 신고한 것이고 검문을 하는 경찰은 술이 취해 잠든 이 사람을 경찰서로 연행해서 알콜 테스트를 한 결과 과연 상당히 높은 농도가 판명되어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 것이었다.


이 사람이 술을 먹고 운전한 것도 아닌데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 것이어서 다툼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쟁점(爭點)이 된 것은 뉴욕 주 법에는 차의 열쇠가 꽂혀 있으면 운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법 규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경우에도 과연 열쇠가 꽂혀 있었느냐가 쟁점인데 경찰과 본인과의 주장이 상반된 것이어서 결국 재판에 회부된 것이었다.
이 사람의 주장은 그 날 술이 취하긴 했지만 운전할 생각은 아니었고 친구를 기다리느라 차 속에서 잠이 들었고 열쇠는 분명히 자기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경찰은 열쇠가 꽂혀 있었고 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며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의 판단이 어렵게 된 것은 이들의 상반된 주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인이 없는 상황 때문이다. 이래서 결국은 배심원의 재판까지 가게 되었지만 양쪽의 이런 상반된 주장을 두고 과연 누구의 주장을 믿어 주느냐가 재판의 판 가림을 하게 된 것이지 그렇다고 재판이 객관적 진실을 찾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재판은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 재판을 하게 되어 있어서 그들의 평결에 다소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배심 재판이 아닌 단독 판사의 재판에 회부되는 경우에 경찰의 직무 집행에 관한
진술과 피고인의 자기방어를 위한 진술을 두고 판사는 거의 경찰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 사람의 주장대로 열쇠가 자기 주머니 속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참외밭에서 신발 끈 맨 경우가 된 셈이다. 이 재판은 불행히도 배심원의 호의적 판단을 얻지 못해 유죄 평결을 받고 말았다.플러싱의 노던 불루버드는 한인들의 음주운전을 표적으로 잠복 경찰이 수없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할 지역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은 술 먹은 다음에 차 속에
서 자는 일은 아주 위험한 일이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에 예를 든 사람의 주장처럼 발동을 걸지 않고 열쇠가 분명히 자기 주머니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다른 증언을 하게 될 경우 반증할 길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더러는 식당에서부터 미행해서 뒤따라오다가 검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은 검문할 사유 없이 검문을 한 것이므로 절차 위반으로 면책사유가 되겠지만 경찰이 이유 없이 검문했다고 실토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경찰의 심문에 맥주 한 병 밖에 마시기 않았느니 하는 따위의 스스로의 유책(有責) 사실을 진술하지 말아야 한다. 이 진술이 결국 유죄판결이 되는 증언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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