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미국 노인의 선행

2009-04-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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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숙 (아스토리아)

맨하탄에서 빈 좌석들이 많은 시내 버스를 타게 되어 노인들과 지체 부자유한 사람들에게 좌석을 양보 하지 않겠느냐는 표어가 부착이 되어 있는 앞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나서 보니 나보다 앞서서 버스에 오른 어느 미국 부부중에 할머니께서는 나의 건너편 좌석에 앉으셨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몸을 의지 하셨던 지팡이를 좌석 옆에 세워놓고 외투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고 계셨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옆의 다른 빈 좌석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여기 앉으면 되는데” 하셨다.

“알고 있어,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우선 여기 물좀 닦고, 그래야지 누군가가 모르고 덥석 앉았다가 옷을 적시는 일이 없지.” 할아버지의 이러한 말씀을 들으면서 보니 앞 좌석 한곳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그 눈가가 물을 엎질어 놓고 그냥 떠났는가 본데 그것을 그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지체 불편한 몸으로 닦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워서 가슴속이 아주 훈훈 했었다.

남을 위하여 무조건으로 행하는 선한 일들은 크고 작은것과는 상관없이 모두가 세상을 한결 더 밝고 따스하게 조성하는 큰 역할을 한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라는 다짐을 하게 하는 할아버지를 향한 가슴속의 감동스러움으로 할머니를 향하여 “저분은 아주 훌륭하신 분이시군요” 하였다. “네 맞아요, 저사람은 항상 저래요.”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신 할머니께서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시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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