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투표 ‘꼭’ 합시다

2009-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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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 열(취재 1부 부장대우)

“한인회장 선거요? 이렇게 계속 가다간 한인사회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어쩔 수 없네요.”

며칠 전 맨하탄 식당에서 만난 어느 50대 한인남성은 이번 선거에 실망이 크다며 오는 29일 실시되는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이 남성은 “매번 치러지는 선거가 한인사회의 현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토론의 장이기 보다 어쩐지 TV에서 비쳐지는 ‘한국 정치판’ 냄새가 찐하게 나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사실, 한인회장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당선되고 보자’ 식의 과열·혼탁 선거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선거초기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러 보자던 한인회장 입후보자들의 굳은 다짐과 약속은 시간이 갈수록 퇴색돼 이제는 온데 간 데 없는 듯 한 분위기다. XX 모임, OO 잔치 등 각종 명목으로 입심 센 사람들을 끌어 모아 회식 자리를 주선하는가 하면 동포 유권자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언제부터인가 ‘모 후보는 뭐가 어쩌구 저쩌구 하다더라’식의 인신 비방성 내용의 소문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선거 운동원들은 출신, 학연, 지연 등 후보들의 연줄이란 연줄은 모두 동원해 득표에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일부 한인들 중에는 ‘해도 너무들 한다”에서 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등 향응과 비방이 난무하는 선거운동에 실망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 때문에 죽을 맛인데 요란한 선거운동 때문에 정신만 사납다”고 불평하는 동포 상인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선거전에서 어떤 후보를 선뜻 뉴욕한인사회의 대표자로 선택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투표를 포기하지는 말자. 혼탁 선거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 의식 있는 동포들의 올바른 투표만으로 가능하다.

양식 있는 동포들의 기권 행위는 오히려 왜곡된 표들에 힘을 실어주게 돼 앞으로도 혼탁·과열 선거의 악순환만 심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능한 많은 동포들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이 높아질 때만이 당선되는 후보도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기 동안 자신이 선거전에서 내세웠던 공약 실천에 더욱 매진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믿음이다. 이번 주 일요일, 바쁜 일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고, 기상대의 예보처럼 비가 오는 궂은 날씨라도 투표장에 가서 올바른 한인 커뮤니티의 리더를 뽑는데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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