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BC의 진정한 승자

2009-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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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이 일본 팀의 승리로 끝났다. 세계 야구계의 노장들과 전문가들의 극찬이 따를 정도로 끝까지 선수로서의 기량을 발휘하며 시합에 임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가히 세계 수준급이라 해도 과찬이 아닐 것이다.

일본의 고교 야구팀은 4163개, 선수는16만85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교야구팀은 60개팀, 선수는 총 1000여명 정도인데 선수들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 면에서 비교를 할 수 없는 실정임에 비한다면 우리 선수들의 실력과 수준이 이쯤에 달한 것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야 말로 우리나라 감독들과 선수들이 그동안 각고의 노력과 연습으로 배양한 실력과 기량은 눈물겨울 정도임에 틀림없으니 하는 말이다.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가 체육인으로서의 갖춰야 할 덕목까지 겸비한 모습이야 말로 승부에만 연연하는 타 국가 선수단과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국가 대표선수로서의 체통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게임이기에 더욱 돋보였다. 단판승의 시합에서는 비록 패하였지만 세계 유명 언론사들의 호평을 받은 쾌거를 이룬 경기이다.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 한국의 본래 모습이자 ‘대 ~ 한 민국!’이라며 외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사사건건, 모이기만 하면 멱살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회의 알량한 의원들과 시도 때도 없이 부정부패의 잡범으로 수갑을 차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모습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건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이런 군상들이야 말로 국회에 진출하기 전에 ‘가칭 국민야구단’에 넣어 정신무장 교육을 시켜야 될 것 같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라고 지탄을 받을까? 경제 불황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때다.

모두가 나만, 나의 가족과 내 회사만 살면 된다는 인식과 풍조가 만연하는 시점에 이번 경기는 우리가 한데 힘을 모아 민생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우리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WBC 최고의 승자는 한국과 일본’이라고 평한 기사가 올라올 만한 세기의 시합이었다. 물경 약물과 불법수단까지 불사하는 퇴색된 스포츠계에 좋은 표본이 되었다고 자부할 만한 양
국의 선수들이었고 참으로 오래 기억될 명결승전이었다.

이것이 어찌 야구 시합에만 국한되는 일이라 볼 수 있겠는가! 선수들의 평균 연령으로나 선수로 활동한 연조로 볼 때도 가장 나이가 어리고 일천한 야구역사와 열악한 환경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금력과 조직, 역사와 기록이 뒷받침해 주는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베네수엘라 팀의 간장을 서늘하게 한 우리 선수단 모두에게 경의와 찬사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차제에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난국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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